사랑을 지키는 것은 마음인가, 능력인가

영화 <만약에 우리>가 남긴 지독한 질문

by 송윤환

"남자에게 가장 아쉬운 일은, 아무런 능력이 없을 때 평생을 지켜주고 싶은 여자를 만나는 일이다."


SNS 어딘가에서 읽은 이 문장은 한동안 내 마음의 가장 아픈 구석에 머물렀다. 사랑만으로는 아무것도 책임질 수 없다는 비겁한 깨달음,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이라곤 오직 '너를 향한 마음'뿐이라는 무력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지독한 역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면, 어제 본 <만약에 우리>를 꼽을 것이다.

2026-01-26 09 33 59.jpg '만약에 우리'는 누구에게나 한번쯤 다가오는 젊은 날의 사랑을 담담하게 추억한다.

1. 사랑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시간들


영화 속 가난한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나서야 시간을 되돌릴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다시 주어진 하루 앞에서도 남자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는 이제 안다. 그녀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선 단순히 곁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우리는 흔히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은 종종 '능력'이라는 벽 앞에 멈춰 선다. 여기서 말하는 능력이란 단순히 경제적인 부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녀의 꿈을 지지해 줄 여유, 불안한 미래로부터 그녀를 안심시킬 수 있는 단단함, 그리고 그녀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일. 이 모든 것이 결여된 상태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는 것은 축복인 동시에 형벌이다.


2. '만약에'라는 이름의 후회


영화 제목처럼 우리는 늘 '만약에'를 가정하며 산다.
"만약에 내가 조금 더 성공했을 때 너를 만났더라면..."
"만약에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었을 때 우리가 시작되었더라면..."

남자는 자신의 무력함을 깨달을 때 비로소 가장 큰 사랑을 느낀다. 내가 가진 게 없어서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진심'밖에 없을 때, 그 진심마저 초라해 보이기 시작하면 사랑은 비극이 된다.


3. 지켜준다는 것의 무게


평생을 지켜주고 싶은 여자를 만났다는 것은 인생의 목적이 생겼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목적을 이룰 도구가 내게 없을 때, 남자는 침묵하게 된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나오고, 같이 가고 싶은 곳 대신 혼자 걷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우리에게 나지막이 말해준다. 비록 세상이 말하는 '능력'이 부족할지라도, 그녀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화려한 보석이 아니라 "계산하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 그 자체"였다는 것을.


에필로그: 비극을 희망으로 바꾸는 법

비록 지금 당신이 아무런 능력이 없을 때 평생의 인연을 만났을지라도 너무 자책하지 말길 바란다. 그 결핍은 당신을 더 치열하게 살게 할 원동력이 될 것이고, 그 여자는 당신의 화려한 배경이 아닌 당신의 가장 밑바닥에 흐르는 진심을 보았을 것이기에.

영화 <만약에 우리>의 주인공처럼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지켜낼 수 있다. 능력이 사랑의 전제조건일 순 있어도, 사랑의 전부는 아님을 믿으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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