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차산과 고덕산이 메인인 2코스는 나에게 매우 익숙한 길이다. 무엇보다 집에서 가까울 뿐더라, 주변에 맛집도 몇군데 있고, 고도가 높지 않아, 시간 소요도 적기 때문이다. 산정상을 정복하는 성취감을 빠르게 느끼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는 지름길을 나둬고, 빙빙 둘러서 정해진 거리를 채워야 하는 둘레길 구간은 약간 곤욕스럽기도 했다.
아차산은 해발 287m의 나즈막한 산이지만 서울 동쪽 지역을 한눈에 조말할 수 있다.
한강 다리를 차가 아닌 도보로 지나가는 일은 많지 않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건널때가 있지만, 자전거도 비교적 빨리 지나갈 수 있기 때문에 도보 느낌이 나진 않는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광진교 다리를 걸어서 넘어간다.
오늘도 역시 예상대로 힘든 일정이었다. 19km를 걷는 것도 어렵지만, 거의 전구간에 걸쳐 비가 왔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면, 군대에서 행군하는 느낌 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제 이미 절반을 넘어가서 100km를 걷고 나니, 몸무게도 3kg 정도 빠지고, 다리도 조금 더 튼튼해진 것 같아서 힘든 와중에도 기쁜 마음을 가지고 오늘의 걷기를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