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100개의 글쓰기 96

by 김민성

보통은 꿈을 잘 기억 못 하는 편이다.
분명 밤에 뭔가 꿈을 꾸기는 했지만, 아침이면 아련한 느낌 말고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아주 가끔 꿈을 기억할 때가 있는데, 꿈이 아주 격렬하게 인상에 남아 있을 때에나 그렇다.
.
지난밤에도 그랬다.
.
삼성전자와 애플이 공동 개최한 지구 최대 규모의 발씨름 대회가 열렸다.
우승자는 두 회사에서 공동으로 만든 최신형 이동식 주택 폴더블 하우스 아이집을 받을 수 있었다.
.
임작갑의 조련을 통한 고된 훈련 끝에 나는 엄청난 경쟁자들을 뚫고 결승에 다다랐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결승전에서 내가 꺾어야 하는 상대는... 뚜둥!
스승이자 반려이자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던 임작갑!!
.
그녀는 천천히 앉아 자리를 잡으며, 씹어 뱉듯이 말했다.
.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김매니줘! 하지만 나를 꺾지 않고서는 위대한 승리자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자, 우리의 싸움은 이제부터다! 시작하자! 선수입장!!"
.
"최근 들어본 말 중 가장 클리쉐 가득한 헛소리구나! 너를 뛰어넘어 반드시 승리하겠어!!!"
.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임작갑은 주먹을 날렸다.
.
"심판! 발씨름에 주먹은 반칙이잖소!!"라는 나의 필사적인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대회 특별규칙 12다시 3항에 의거 임작갑이 김매니저에게 행하는 타격은 반칙으로 분류하지 아니한다.'는 당혹스러운 해명만 있을 뿐이었다.
.
팔뚝을 꼬집히고, 옆구리에 간지럽힘 당하고, 허벅지에 발길질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버텼다.
반드시 역전의 기회가 온다! 반드시!!!
.
그렇게 한참을 버티던 끝에 드디어 임작갑이 지치는 기색이 느껴졌다!
이제 반격에 나서려는 순간!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왔다.
.
LG V50에 있은 임작갑의 알람 소리!
아...안돼! 이 음악은! 이럴 수는 없어!
한 대만! 응? 딱 한 대만 반격해보자!!
의식아! 무의식아! 힘을 내! 알람 소리에 지지마!
흐릿해지지 말라구!!
왜 아련해지고 난리야!!!
제발!
.
그리고 잠에서 깼다.
.
아침이다.
임작갑님 드실 커피를 내려야 하는 시간이다.
하아...
행복하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가 우울함을 이기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