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 그리고

100개의 글쓰기 96

by 김민성

지형씨 북콘이나 작가와의 만남, 그리고 사적인 자리에서 몇 번 우리 만난 이야기를 했었다. 우리는 2012년 6월에 만나서 그 해 10월에 결혼했다.


연애 기간이라고 해봐야 4개월 남짓이라서 아주 달달한 추억을 남기거나 그러지는 못했다. 사실은 그럴 수 있는 여유가 당시 내게 있었느냐면 그것도 아니었고.

여튼 당시 지형씨를 내게 소개해준 것은 대학 후배였다. 교회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전화가 왔다. 그리고는 앞 뒤 없이 대뜸 그랬다.


“형, 우리 교회 아동부 선생님 있는데. 한 번 만나볼래?”


밑도 끝도 없는 소리였고, 참 당황스러운 시작이었다. 게다가 이 녀석이 이야기하는 폼이 웃겼다. 보통의 소개 대화라면, 예쁘다, 성격이 좋다, 직업이 안정적이다 등등이 나올 텐데, 뜬금없이 그랬다.


“형이라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다른 이야기도 있었겠지만, 사람을 소개하는데 ‘감당하다’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것에서 벌써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그 표현은 지금 생각해도 ‘임지형’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만났고, 짧은 연애 후 결혼해서 8년째 열심히 잘 살아오고 있다. 음. ‘잘 살아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가 맞을 지도?


예전에는 연애든 결혼이든 ‘자신이랑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아보니까 그 어울림이라는 것이 참 쉽지 않더라. ‘어울림’이 결국 자기중심인 마당이야, 막상 부딪치는 부분이 나오면서 ‘얘는 왜 이러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는 사소한 다툼이 이어지고, 상대를 바꿔서 내게 어울리게 만들려는 작업을 반복하게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말이다.


그런데 몇 번을 농담처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쓰고 나서, 좀 달라졌다. 어차피 완벽하게 맞고, 어울리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을까. 그러니 결혼은 서로를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싶더라.


나는 내가 나 자신을 생각해도 상상 이상의 지점에서 까칠하고, 이해 못할 구석이 넘치는 사람이다. 지형씨는 그런 나를 감당해주고 있으니 감사할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지형씨는 멋진 사람이다. 당당하게 자신의 멋짐을 어필하고 하고,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스스로 단련한다. 작가, 여자, 아내, 사람 그 모든 것을 자기 존재 안에 치열하게 녹이는 사람이다. 내게는 참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지형씨를 잘 감당하기 위해서 나도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정도 했으면 저녁에 쏘세지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관대한 지형씨가 오늘 저녁에는 아름다운 고칼로리 고지방의 야식을 윤허해주시지 않을까?
결혼은 실전이다.
꼭 다른 사람들도 했으면 좋겠다. 너어무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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