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청소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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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내가 못하는 것 중에 특히 못하는 것을 세 가지 뽑으라면, 낯선 사람과 만나기, 달리기 그리고 청소다.

결혼해서 임작가와 청소 문제로 참 많이 부딪… 아니, 정확히는 잔소리와 등짝 타격과 혼냄을 당했다.

일단 나는 주변이 어지러워도 별 불편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물건을 정리하고 치우고 제자리에 놓는 것에 상당한 공포와 어려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지형씨는 이런 나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건을 쓰면 제자리에 두어라!'
(정작 지는 쓰고 나서 지 편한 곳에 둔다.)
'앞으로 니 양말은 여기 바구니에 넣어라.'
(그래놓고 지 편한 곳이 넣어둔다.)
'먹었우면 치워라!'
(지가 마시고 먹을 때는 널부러 놓을 때 많다.)
여튼. 내게 적용하는 잔소리의 상당 부분에서 지는 면역과 열외였다.

이게 남자의 프로세스 상 규칙을 정하고, 그렇게 하기로 했을 때.
서로 지키지 않거나, 공평함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화가 나게 된다.
처음에 하다가 이내 흐지부지 되거나, 그 문제로 다투는 계기가 될 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지형씨가 잔소리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칭찬한다.
잘한다고, 잘하고 있다고, 이거는 좀 부족하지만 고맙다고…했다.
그러더니 건담도 한 번씩 사주고, 쏘세지 먹는 것도 허락해주고, 용돈도 주고, 기특하다고 해주더라.

그게 쥐약인 것을 집안일의 상당 부분 감당하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어느새 세탁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고, 수건을 걷고, 청소기를 돌리고, 밥을 하고, 앞치마를 두름에 자연스러운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가만 보니까 내가 진짜로 잘해서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 눈에 분명히 양에 안 차는 것이 있어도 참더라.
잔소리하고 싶은 표정이 역력한데도 꾸욱 참고, 굳은 안면과 입꼬리를 올려가며 칭찬하는 놀라운 이중성을 보여주기까지 하더라.

오호라!!
그때부터 그럼 나도 당당해지기로 했다.
이제는 나도 당당하게 소리친다.
'마음에 안 들면 니가 하든가!!!'

훗 훗 훗

이제는 아내의 잔소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서 아주 당차게 커피 내리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고, 수건을 걷어서 개 놓고, 몇 가지 일을 처리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음쓰버리고 점심 차리고 글 써야지.
당당하게.
할 일 하는 남자.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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