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주권을 챙겨주는 아내

100개의 글쓰기 108

by 김민성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
인간을 정의하는 말 중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이다.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 줄 아는 것은 얼마나 고귀한 일인가.

아내는 자신이 뭔가 재밌는 생각을 떠올리면 숨기지를 못한다.
임작갑이 지금 뭔가 특이한 것을 생각해냈구나를
옆에서 가만 보고 있으면 바로 알 수 있는데,
이미 숨소리부터 달라진다.

뭔 소리를 하려고 저러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가 참기 힘들 정도로 기발하다고 생각하는지는
바로 알 수 있는 거다.

오늘도 그런 경우.
운동 나가겠다고 스트레칭을 하던 아내가
혼자서 ‘크읍~크읍~크그극~’웃는다.
나는 보통 이럴 때, 아내에게 관심을 보이고,
어떤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는지 궁금해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거 자꾸 하면 버릇된다.
걍 무시. 먼 산.

그러나 늘 그렇듯이 우리 사이에서
내가 어떠냐는 별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냥 임작갑은 가뿐히 무시하고
내게 대뜸 선포하듯 자신이 떠올린
그 재밌는 생각을 내뱉는다.

“김매니줘! 내가 말이지 올해 주욱 너님을 지켜봤잖아?
그래서 방금 결심을 하게 되었어!
무엇이냐고? 너에게 우리 집의 주권을 넘기기로 한 것이쥐!
주방에 대한 전권 위임!
국자와 그릇과 가스렌지와 냄비와 양푼의 지배자!
요리와 설거지와 냉장고 정리와
식재료 관리와 음쓰 버리기 그 모든 것을
너님의 관리하에 두고 군림하라!
김매니저여!!!!”

아. 그랬구나.
저 생각을 떠올렸구나.
‘주권=주방의 권리”
저 말을 떠올리고 혼자 그렇게 좋아했구나.
역시 작가답다.
이제 내가 거기에 대답해야 할 차례인데…
뭐라고 하지?

“퉤! 피료 없음이야 도로 가져가.”

나의 거절은 거절당했다.
주권도 얻었고 등짝도 맞았다.
오늘치 매를 맞았더니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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