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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Feb 04. 2021

평화적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것

그녀가 달리는데 왜 내가...


임작갑은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언젠가부터 마라톤대회를 기웃거리더니 시험 삼아 10km를 달려보더라.

그리고는 20km 하프를 나갔다.


달릴만했는지 자기 나름 계획이 있었는지 풀코스까지 도전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코로나19.

오프라인 대회는 불가능했고, 그냥 혼자서 뛰는 비대면 마라톤 대회만 열리는 상황.

그렇게 풀코스는 뛰어보지 못한 채로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는 이번에 3.1절 마라톤 대회 메일을 받았던 모양.

과연 대회가 열릴지는 알 수 없으나.

임작갑은 일단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프 코스를 신청했다.

문제는 임작갑이 하프 뛰기 위해 연습을 시작하면 내가 덩달아 피곤해진다는 것.


마라톤 신청을 해놓고는 내게 통보하듯 그런다.

“김매니줘~ 나 3.1절 마라톤 신청했어. 일단 10km를 몇 번 뛰고, 15km를 뛰고, 17km를 뛰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릴 생각이야.”

“어. 잘해봐.”

“그러니까 너님이 페이스 메이커를 해줘야지.”


응? 뭐? 나? 왜? 왜에에에에에?


언제나 그렇듯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은 결정되었다.

임작갑은 나를 포함시킨 훈련 계획을 세웠고, 나는 통보받았다.

우리 가정의 참 평화적인 의사결정 과정 아닌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힘이 필요하다는 격언을 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생애에서는 틀렸다.

다음 생을 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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