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만보
임작갑은 자기 일에 굉장히 열심인 사람이다.
당연히 자기 일에 열심으로 사는 거지!!라고 하겠지만.
나는 솔직히 자기일이라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임작갑은 뭐 저런 것까지 열심히냐? 싶을 정도로 참 열심히 한다.
글 쓰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고,
나한테 이것저것 시킬 때도 최선을 다하며(?)
자기에게 맡겨진 책임을 수행할 때도 정말 열심히 한다.
요즘 임작갑이 열심으로 수행하는 미션 중에 토스만보 채우기가 있다.
토스 어플에서 5천보를 채우면 20원 만보를 채우면 40원 그런 식으로 해서
토스 친구들과 5만보를 채우면 100원을 준다.
임작갑은 그 100원에도 굉장히 열심이다.
글 쓰다가 운동하러 나가는 날이면 임작갑에게 만보 채우는 것은 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쓰던 흐름을 끊을 수 없어 운동 못 나간 날에는
그냥 집에서 제자리걸음으로 그걸 채우려 용을 쓴다.
저녁까지 계속 글 쓰다가 밥 먹고 글을 좀 더 쓰고.
그러다 번쩍 토스만보를 채우기 위한 여정에 돌입한다.
거실 악마 매트 위에서 참 부지런히 걷는다.
지가 하면서도 시부엉 시부엉 중얼거리고
계속 ‘아! 슈크림!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 건데!!!’라면서
제자리걸음은 또 멈추지 않는다.
내가 임작갑에게
“뭘 그렇게 열심히 해? 걍 적당히 하지?”라고 말하면,
“아녀. 내가 만보는 그래도 채워줘야지. 나 때문에 토스만보 시작한 토친들이 있다구!”
라며 세상 강력한 책임감을 보여준다.
그래 놓고 다시 부엉이를 찾고 신발을 찾고 샛길을 찾는다.
최고는 그렇게 해서 만보를 채워놓고 뿌듯해하다가
100원 받기를 누르지 않아서 12시를 넘겼을 때였다.
그 난리를 피워놓고ㅋㅋㅋㅋㅋㅋ
12시 01분 시계를 눈앞에 두고 퀭한 얼굴로 있는 임작갑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열심히 한다고 원하는 결과를 반드시 쟁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생이 그런 거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음.
그런 거 보고 함부로 웃거나 조언하다가는
그야말로 좋게 될 수 있다.
누구 집에 불났다고 해서 불구경 갔더니
우리 집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 인생 아닌가.
귤을 먹은 것도 아닌데 손이 누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