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자신의 장점을 묻길래 쫄리는 심장을 붙들고 이렇게 대답했다
일요일 오후. 임작갑은 간만에 다른 작가님들과 약속이 있다며 외출을 했다.
이 말은 내게는 ‘휴가’라는 의미다. 핫핫핫.
임작갑이 나간 후 넷플릭스를 틀어 놓고,
오후의 햇빛을 받으며,
현대 교양인들이 쉬는 날이면 마땅히 취해야 할 모습.
즉 바닥에 딱 붙어 널브러져 있었다.
그렇게 반은 졸고 반은 영화를 흘리며 있는데,
임작갑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기야. 내가 자기를 그렇게 부려먹어?
막 여기 작가님들이 그런다는데?
내가 자기한테 잘해주는 것이 뭐야?
아니다. 자기가 생각했을 때 내 장점은 뭐야?”
전화기 너머로 다른 작가님들의 웃음소리도 들리고,
임작갑의 웃음 섞인 질문을 보니
아마 내 이야기가 나왔던 모양.
아주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오만 생각이 떠 다녔다.
보나 마나 내가 말한 대답이
또다시 이야기의 소재가 될 것이 뻔했다.
그러니 허투루 대답하기 쉽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생존 경보음이 ‘따르르르르르르르’하고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기 너머로 내가 뭐라고 대답하는지
기대하는 숨소리들이 들리는 느낌.
“나는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임지형’이 자기의 장점이고, 모든 것 아니겠어.
임지형이면 충분해. 뭐가 더 있겠어.
그게 자기의 장점이야.”
임작갑이 내게 가장 잘해주는 것.
임작갑의 가장 큰 장점.
그 자체가 ‘임지형’이라고 대답해줬다.
그랬더니 전화기 너머로 빵 터져서 웃는다.
최고의 대답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일단 현재 상태에서 최선의 대답은 된 모양이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서,
손바닥에 땀이 맺혀 있음을 깨달았다.
방심하고 있다가 주옥 될 뻔했다.
살았다.
그러면 됐다.
딸기 맛 산도나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