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동화작가인 것이 천만 감사하다
지로남불.
지가 글 노동 잘 되면 행복하고 좋은 일이지만,
남편이 글 노동 잘 되면 불만스러운.
임작갑의 프로세스가 딱 저렇다.
지가 글 쓰고 있을 때는 방해받거나, 작업 멈추는 거 겁나 싫어하면서,
내가 좀 집중해서 뭐 하려면 어느새 뒤에 와서 툴툴거린다.
‘부럽다. 작업 잘 돼? 생각 잘 나? 막 그렇게 써져? 부럽다.’
인빙하네. 지가 나한테 저런 소리 하는 것이 말히 돼?
짲응.
그렇다고 맞대응해봐야 이길 재간이 없다.
뭐라고 하든 종말의 등짝 예약이 당연한 마당에야,
진상 퇴치는 걍 참고 인내하는 수밖에.
요전에는 점심시간 걸려 진상을 부리길래
‘너 배고프냐?’라고 했더니
비시시 웃는다.
짜장면 먹고 싶다고 해서,
쓰던 글 멈추고 같이 집 근처 중국집 갔다.
온도 체크를 하고, 코로나19 명부를 작성하고,
짜장면 두 그릇을 주문했다.
어느새 이런 것이 자연스럽다.
준비된 음식이 나왔고,
임작갑은 굉장히 비장한 얼굴이 되었다.
머리칼은 뒤로 묶어 고정하고,
앞머리는 귀 옆으로 정리했으며,
옷가슴 깨도 단정하게 쓸어내렸다.
‘뭐가 저렇게 진지해?’
이때까지만 해도 도대체 임작갑이 느닷없이
왜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했는지 알지 못했다.
임작갑은 젓가락을 들어 능숙하게 짜장면을 비볐다.
그리고 신중하게 면을 가늠하여 집어 들었다.
왼손으로는 단단하게 짜장면 그릇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집어 든 면을 입으로 들어올렸다.
고개를 살짝 숙여 면을 한 입 넣더니,
엄청난 기세로 ‘호르르르르륵, 호르르륵, 호르르르르륵, 호륵. 찹.’
빨아들였다.
그리고는 티슈를 뽑아서 교양 있게 입가를 톡톡 찍어낸 후,
아주. 아주아주.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뭐? 왜? 어쩌라고?’
그런 내 반응에 임작갑은 다시 보라는 듯,
신중하게 면을 가늠하여 집어 들고,
왼손으로 단단하게 짜장면 그릇을 잡고,
오른손으로 집어 든 면을 입에 한 입 넣더니,
호쾌한 기세로 ‘호로로로로록, 호로로록, 호로로로록, 호록, 찹.’
면을 흡입했다.
그리고는 아주. 아주아주.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나를 쳐다봤다.
‘뭐냐? 어쩌라고? 더 주랴?’
그래도 내가 뭔가 모를 얼굴이자 임작갑은 입을 열었다.
“김매니저. 나 방금 어땠어? 면치기 제대로 하지 않았어?
막 쯔양 같고, 막막 그러지 않았어?”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됐다.
임작갑이 유튜브 스타 금은동과 후속작 돌아온 유튜브 스타 금은동 쓰면서
참조하던 유튜버 중에 먹방 유튜버인 쯔양이 있었던 것.
그리고 쯔양 영상에 빠져서 정주행하고,
작업하다가 그거 보고,
특히 짜장면이나 짬뽕 등 면 요리를 먹을 때
쯔양이 면치기 하던 모습을 엄청나게 감명 깊게 보았던 거다.
그러니까 임작갑은 그걸 직접 해보고,
자신의 면치기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내게 감탄하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하아.
니가.
애냐.
임작갑의 쯔양 면치기 수행은 끝나지 않았다.
글 쓰는 책상 옆, 보조 테이블에 갤럭시탭 올려놓고,
쯔양 영상 보면서,
입 오물거리며, 허공에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저어가며
면치기 이미지 트레이닝하는 임작갑을 마주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니가 동화작가 되기 천만다행이다.
그거 아니었으면 니가 뭣이 됐으끄나.
동화작가 되었으니 사람 구실하고 있지…
임작갑 책을 애정하는 독자들에게 더욱 깊은 감사를 드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