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1
처음 자전거를 배운 것은 10살 정도였지 싶다.
남들보다 운동신경이 떨어지는 탓에 몸으로 하는 것은 늘 늦었다.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도 아니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난 대부분의 시간을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원색 학습 도감을 보거나 계몽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을 보고는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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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엄마가 남동생이 집에 안 들어온다고 찾아오라셨다.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은 꽤 활달한 성격이었고, 집에 있는 시간보다 싸돌아다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보통은 집 앞 하천을 건너 큰 골목에서 딱지를 치거나, 전봇대에 붙어 나이 먹기 같은 것을 하고 있어서 찾아오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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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이 있을법한 골목으로 들어간 순간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끄러워야 할 골목이 그 날 따라 잠잠했고, 아이들은 한쪽에 모여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자전거'였다. 아빠들이 타는 신사용 자전거 말고, 삼천리에서 아동용으로 출시한 자전거였다. 검은색 프레임에 우리가 타기에 딱 좋은 높이의 안장. 핸들 양쪽에 달린 형형색색의 수실까지… 거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자전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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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의 주인은 집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쌍둥이였다. 나랑은 동갑이었고, 부모님도 잘 아는 사이라 꽤 왕래가 있었다. 다만, 내 성격이 붙임성 있지는 않아서 아주 친하거나 하지는 않았고, 도리어 남동생이 그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잘 놀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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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한 번만'이라는 아쉬운 소리를 했던 것이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자전거 한 번만 타보면 안 돼?’라고 했었으니까 말이다.
그 또래 아이들은 누군가 아쉬운 소리를 하면 단번에 부탁을 들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연히 대차게 거절을 당했고,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가 났다. 공연히 남동생에게 짜증을 부리고, 두어 대 쥐어박고 집으로 끌고 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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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열망'이라는 감정을 품은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지 싶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뭔가를 사달라고 딱히 조르거나 한 적도 없으니까. 진지하게 엄마에게 자전거 사달라 부탁했고,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위험하다고…
남동생이 '쌍둥이 형아가 자전거 태워줬다'면서 자랑하는 소리를 들은 후로, 학교가 끝나면 이젠 골목으로 나갔다. 어떻게든 기웃거리다가 나도 자전거 한 번 얻어 타 볼까 해서였다. 다른 아이들은 잘도 가서 ‘한번 만' 하면서 타 보는데, 전에 거절당했던 기억과 자존심 때문에 그 말은 또 죽어도 안 나왔다. 그저 하나도 안 부러운 척하며, 혹시 타게 해주면 얼른 가겠다는 마음으로 골목 어귀에서 서있을 뿐이었다. 아마 쌍둥이들은 그런 나를 보고도 별 생각이 없었거나 아니면 모른 척했거나 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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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동네 다른 아이들은 다들 두어 번씩은 그 자전거를 타 보았고, 더 이상 새 자전거도 아니며, 아이들 중 두어 명도 아동용 자전거를 구입해서 다들 자전거에 시들했을 무렵,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왔다. 쌍둥이 중 큰 녀석이 자전거 타 보라고 한 것이다. 무척 기뻤지만, 아닌 척 무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전거 위에 올랐다. 그리고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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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지금까지 자전거 타 본 적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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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안장 위에 앉은 이상… 거기서 내려올 수는 없었다. 등 뒤로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양발로 땅을 딛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엉기적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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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내 귀에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제 발을 페달 위에 올리고 멋지게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약간의 추진력을 얻었다고 생각한 순간 드디어 양 발을 페달 위에 올리고 굴릴 수 있었다. 흔들리는 핸들을 꽉 움켜쥐고 움직이지 않게 했다. 그리고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심장은 둥둥둥 뛰었고, 숨소리는 나 스스로 들을 만큼 커져있었다. 땀으로 엉켜있던 머리카락은 어느새 휘날렸 날렸으며, 내 몸은 빠르게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톰 소여의 모험에서 읽었는지 다른 동화에서 읽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바람 같이 달리다'라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 하늘을 나는 것 같았고, 나도 모르게 입에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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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등 뒤에서도 탄성이 들렸다.
“우아 아아아 아!”
내가 진짜로 날고 있었으니까.
정확히는 골목을 튀어나와 하천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고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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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1-2초의 짧은 순간이었겠지만, 나에게는 무척 ‘기이인’ 시간이었다.
‘어?’하며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등 뒤의 탄성이 사실은 ‘비명'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내 몸이 곧 땅으로 곤두박질 치리라는 것을 예상했고, 자전거가 망가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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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탄 채로 하천으로 곤두박질쳤다. 별이 번쩍였고, 핸들에 가슴을 부딪쳐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하늘이 노랗게 보였고, 필사적으로 숨을 쉬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간신히 몸을 굴려 하늘을 보고 누웠다. 거억 거리다가 잠시 숨을 참았다 온 힘을 다해 숨을 들이쉰 후 내뱉었다. 목에 뭔가 걸렸던 것이 튀어나가는 느낌이 든 후,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었다. 그리고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전거가 괜찮은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사실 다행인 것은 떨어진 곳이 풀이 무성한 곳이라 찢어지거나 부러진 곳은 없었고, 무엇보다 나를 안심시킨 것은 자전거가 고장 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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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것 같은 날이면 엄마는 ‘삭신이 쑤신다'는 말을 자주 하셨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온몸이 아프고 쑤셨으니 말이다. 삐걱거리는 몸으로 자전거를 끌고 하천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왔다. 이상한 것은 날 보러 온 아이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동네 아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터덜터덜 자전거를 밀고 아직 영업 시작 전이라 아무도 없는 쌍둥이네 식당 앞에 세워놓고, 혹시 누가 훔쳐갈까 봐 나일론 끈으로 처마 기둥에 묶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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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터벅터벅 집으로 가는데 왜 그렇게 멀게 느껴졌는지...
‘엄마'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온 집안에는 정막함이 흘렀다. 토방에 누웠더니 이제야 온몸에 아픔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몸이 이렇게 아픈데 엄마가 없어 공연히 서러움이 북받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혼자 끅끅거리다 그대로 한참을 잠들었던 것 같다.
해가 지고 나서야 엄마가 돌아오셨고, 토방에서 자고 있는 나를 깨워 등짝을 때리셨다. 내가 자전거와 하천에 떨어지자마자, 쌍둥이들은 혼날까 무서워 안집으로 도망갔으며, 나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동네 애들은 집으로 달려와 ‘민성이가 병원에 실려갔어요!’했단다. 도대체 내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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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말을 들은 엄마는 남동생과 여동생을 데리고 종합병원으로 달려갔고… 거기에 없어서 택시를 타고 다른 병원을 돌았단다.
엄마는 안심이 되어 울고, 나는 등짝이 아파서 울고, 구경하던 동생들은 그냥 덩달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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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자전거를 다시 타게 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 6학년이 다 되어서야 자전거를 탔던 걸로 기억한다.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임을 배웠다.
나중에 그때 내가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 없었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자전거 핸들은 좌우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흔들려야 균형을 맞출 수 있고,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처음에는 조금 위험하게 비틀거리지만, 일단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면 금세 안정을 찾아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그때, 나는 핸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너무 힘을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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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 오랜 시간 지난 일이 떠오른 것은 글 쓰기 주제로 온 ‘자전거'라는 단어에 꽂힌 것도 있지만, 사실은 요즘 내 상황이 그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 자전거를 본 열망으로 새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나는 일정한 ‘조직'에서 ‘계획’에 따라 ‘규모 있는 일'을 해본 경험이 없다. 요즘 나는 또 넘어지고 실패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에 휩싸여 있었다. 잔뜩 몸이 굳어 어떻게든 흔들리지 않을 생각만 가득 차 있었다.
사실 흔들려야 정상이다. 실수가 많을 거고,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는 훨씬 미지근한 반응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기대한 것보다 결과는 늦게 나올 수 있으며, 보잘것없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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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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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처음 페달을 굴리는 사람이니까.
자전거는 흔들리며 앞으로 나간다.
내 계획도 삶도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갈 거다.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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