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

100개의 글쓰기 35

by 김민성

살다가 때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만날 때가 있다. 거의 반드시.
어느 날 무슨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아내가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물어 왔다.

"자기야. 난 참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아. 그렇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위로하고 이해해야 할지, '뭘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라고 드립을 쳐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보통 아내와의 거리, 손에 무엇을 들고 있는지, 아내가 힐을 신었는지 운동화를 신었는지, 내가 용기를 내서 대답한 것에 대해 들어올 아내의 필살기를 감당할 HP가 남아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자기야 작가로서 내 약점은 뭘까?"

바로 이런 순간이다.
아내와는 두 걸음 반, 이 좁은 집구석에서 피할 곳은 없다. 시간은 밤 11시 32분 쫓겨나면 갈 곳도 없다. 어설픈 농담은 즉각적 응징이 따를 거고, 애매하게 진지하자니 난 아내의 동화들이 좋다.

"내 생각에 자기의 약점은...
작가만 하기에 너무 예뻐."

뭐냐. 너의 그 만족스러운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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