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36
<안으로 굽는 팔 혹은 고슴도치 전상서>
아내가 툴툴거리며 사무실에 왔다.
가까운 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가진 후, 집에 가기 전에 잠깐 들른 거다.
좋은 의미로는 남편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보아야 할 일들도 처리하고 겸사겸사 온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이눔쉬키'가 제대로 일하는 중인지 감시하러 온 것이고...
일단 어지러운 사무실에 대해 잔소리를 좀 하고, 허기가 진다며 컵라면 물 떠 오라고 시키고, 물 끓여 라면 드렸더니 후루룩 해치우셨다.
이러저러한 일들을 처리한 후, 갈굼인데 갈굼 아닌 것 같은 하명을 하신 후 사무실을 나선다. 쫄래쫄래 배웅하러 따라나섰다.
날씨는 덥고, 신발은 불편하여 걸어가기에는 힘들어 보여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를 기다리는데 해남에 있는 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전화를 하신 모양이다.
"예, 아버님~ 저예요."
"네. 민성씨랑 어머니한테 가 봤어요. 동서네도 왔다 가고, 아가씨도 들여다보고 했어요."
"아버님은 혼자 괜찮으세요?"
"크하하하~ 완전 자유시네요."
"민성씨요? 네. 지금 옆에 있어요."
그렇게 한참을 통화하더니 갑자기 아내가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학학~ 아버님... 크하하하~ 그... 우하하하하하~
저 진심 빵 터졌어요~ 으하하하하"
나는 가끔 신기하다. 무뚝뚝하고 별말씀 없는 아버지가 지형씨랑 통화할 때는 나와 통화할 때와 아주 많아 다른 것 같아서 말이다.
아버지와 내 통화는 15초 정도면 통화가 마무리된다. 그런데 유독 아내가 아버지랑 통화할 때는 꽤 오래 통화한다. 며느리 버프의 효과가 대단한 모양이다.
그렇게 눈물까지 찔끔 흘리며 웃으며 했던 통화가 끝났다. 도대체 아버지가 뭐라고 했길래 아내가 그리 웃었는지 궁금해졌지만... 묻지 않았다. 필요한 일이라면 알아서 말해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아버님이 뭐랬는지 알아?"
"몰라"
"자기가 살이 엄청 많이 찐 것이 내 책임이래."
"뭐 그런 면이 있기는 하지..."
"크하하하. 그러면서... 아학학학~ "
"뭐냐... ㅡ,.ㅡ; 아버지가 뭐라셨길래 그래?"
"으하하하~ 완전 웃겼어!"
"ㅡㅡ? 그 양반이 웃겼어? 진짜?? 그게 가능해???"
"으하하하... 그러니까 아버님이 '원빈을 맡겨놨더니 강호동을 만들어 놨다.'고 자기 굶기래. 밥도 주지 말래!! 크하하하"
ㅡㅡ;;;;;;;;;;;;
강호동은 인정. 그런데 워.... 원빈????
저... 아버지.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고,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이쁘다지만...
아들 인생에 단 한 번도 원빈은커녕 원반인 적도 없었습니다.
며느리나 되니까 그런 농담에 웃어주지...
다른 곳에 가서 저얼대로 그런 말씀 마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