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밥과 삼겹살에 복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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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복종 - 곽재구


밥을 먹다가
바로 앞 당신 생각으로
밥알 몇 개를 흘렸답니다
왜 흘려요?
당신이 내게 물었지요
난 속으로 가만히 대답했답니다
당신이 주워 먹으라 하신다면 얼른
주워 먹으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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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아내가 보라고 일부러 밉상짓을 한다.
양말을 벗어서 한 짝은 이쪽에 다른 한 짝은 저쪽에 던져놓거나,
헨젤도 아닌 것이 욕실로 들어가며 옷을 차례로 벗어 늘어놓거나,
옆에서 글 쓰는 아내를 발끝으로 자꾸 건드려 신경질 나게 한다거나...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야!!!"하고 아내가 소리 지르며 등짝을 한 번씩 때리면 어쩐지 안심이 된다.

결혼 전에도 아내는 밝은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지금도 아내는 밝은 사람이다. 적당히 속물끼도 있고, 그러면서 눈물도 많고, 사람 좋아하면서도 상처 쉽게 받고, 아닌 척한다.
아내 같은 사람을 옆에서 관찰하고 내 속에 비춰보는 일은 계속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사무실 일하러 나간다니까 찰밥 두덩이 와 김을 싸줬다.
어제 찰밥 먹고 싶다고 했더니 오늘 해준 거다. 기특하고 고맙다.
배부르게 저녁을 챙겨 먹고, 이런저런 작업하다 전화했더니 운동 다녀왔단다.
자기도 밥 먹으려 한다고 했다.
갑자기 생각나서 집에 들어가며 삼겹살 딱 두 줄만 사다가 굽는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낮에 한 찰밥이랑 먹을 거라고...

여전히 아내는 밝은 사람이다.
남편은 찰밥 두 덩이에 김 싸주고, 지는 삼겹살에 찰밥 먹는다며 말하는 해맑은 사람이다.
전화받다가 삼겹살 다 타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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