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34
95년도에 대학교 들어갈 때 어머니께서 신신당부하셨었다.
“아가 데모하는 데 따라댕기거나 하믄 안된다잉?”
아들 가는 학교가 신학대였음에도 어머니는 걱정이 되셨던 모양이다.
일반대 간 친구들 만나면 그래도 데모 이야기는 꼭 나왔었다.
화염병이니 보도블록 깨진 걸 던졌다는 이야기, 쇠파이프 휘둘렀다는 이야기, 전경들이 쫓아와서 죽어라 도망치다 자빠져서 피 질질 흘렸다는 이야기…
오월대와 녹두대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광주… 5.18… 누군가의 삼촌이었고 친척이었던 사람들이 죽어버렸기에 가슴에 한으로 남은 선배들은 더 독하디 독하게 싸웠다는 이야기들…
사실 내게는 남 일이었다. 크게 관심도 없었고, 95년이면 문민정부가 들어서서 학생운동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광주 도청에서 시위가 일어나면 거의 마무리는 내가 다니던 신학대 아래에서 끝났다. 거기에 미국문화원이 있어서 ‘민족, 민주, 자주, 통일’이런 구호를 외치며 대학생들이 주로 전진하던 코스였다.
언덕바지 위에 자리 잡은 학교인 데다, 옥상으로 올라가면 더 높아서 저 아래로 대학생들과 전경들이 밀고 밀리는 싸움을 구경하는데 꽤 편했다. 신학대 강당에서는 파이프 오르간의 웅장한 찬송가가 연주되는데, 아래에서는 악을 쓰며 절규하는 학생들과 전경들의 대치가 벌어지는 상황이 내게는 참 이질적이었다.
하루는 한 선배가 저래 봐야 세상 바뀌지 않는다, 세상의 변화는 하나님이 하시는 거라며 믿음 좋은(지금 내 기준으로는 냉소 가득한)소리를 했었다. 욱하고 뭔가 올라왔는데 딱히 반박을 못했었다. 지금 같으면 ‘그따위 소리 너님 혼자 계실 때 주님 붙잡고 하시든지요~’라고 쏘아줬겠지만...
세상은 변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역사의 진보라고 하기도 하고, 도도히 흐르는 민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신앙의 틀로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다’라고 말하는데… 딱히 주류 거대 교회들이 뭘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무임승차한 느낌이라 늘 부끄럽다.
원래는 굉장히 근사한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했는데… 아내에게 전화 두 통을 받고, 잘못 걸린 전화 한 통에, 밀린 핸드폰 요금 내라는 ARS전화 한 통을 받느라 흐름이 끊겨버렸다.
여튼 세상은 바뀐다. 나도 신앙인이니 하나님의 뜻이 구현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일은 가급적 반드시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때로는 한 사람을 통해서, 그리고 또 때로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말이다.
이 시를 내가 어디서 보고, 무슨 이유로 스크랩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근데 마침 참 좋다.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꽃으로 피는 것은 나랑 안 어울리는 것 같고...
물드는 것은 열심히 하려 한다.
어디 빈 곳 가서 점 하나 되는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