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40
언젠가 교회 집사님께서 “전도사님은 참 좋으세요. 찬양도 잘 하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욕심도 없으시고…”라며 칭찬해주셨다.
사역자(사제라고 하기도 뭐하고…)가 그런 칭찬을 들으면 겸양해야 하겠으나 내 얄팍함은 그걸 견디지 못한다. 칭찬에 이미 무척 기분이 좋아져 있다. 다만 이걸 드러내면 모냥빠진다는 것을 빤히 알기에 약간 쑥스럽다는 듯이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으며 ‘에... 감사합니다.’하며 칭찬이 기쁘지만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칭찬은 늘 기쁘다. 그래서 더 잘하려 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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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분이 잘 못 본 것이 있는데 ‘욕심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다. 난 사실 욕심이 꽤 많다.
엄밀히 말해서 ‘욕심은 대단히 많지만 돈이 없다’고 해야 할 거다. 그래서 가진 돈으로 최대의 허세를 부리며 만족감을 채워줄 만한 걸 찾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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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 원~1만 6천 원 사이의 건담 프라모델을 조립하거나, 리디북스 같은 전자책으로 할인 이벤트로 나온 책을 뒤적거리거나, 돈 안 들고 그럴듯하게 보이는 취미생활이 뭐가 있는지 찾아보고는 한다.
그중에 하나 걸린 것이 ‘커피'다. 기호식품 관련 취미는 가성비가 괜찮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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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전이었을 거다. 인터넷을 뒤져서 카페에서 공구하는 생두 1kg을 구입했었다. 카페 게시물과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혼자 후라이팬에 생두 볶아 보면서 이게 상당히 재미있는 세계임을 알게 되었다. 마음은 황동으로 된 멋진 드립포트와 드리퍼, 고풍스러운 핸드밀, 멋진 커피잔 같은 걸 가지고 싶었으나… 늘 그렇듯 그런 걸 살 돈은 없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그냥 작은 주전자를 하나 사서 주둥이를 뺀치로 최대한 얇게 구부려 드립포트 삼았다. 다이소에서 파는 플라스틱 드리퍼에 여과지 올리고 도깨비방망이 핸드 믹서로 볶은 원두 갈았다. 드립 서버야 그냥 머그컵이 있으니 별 필요를 못 느꼈고 말이다. 그렇게 휘휘 돌려 처음 내 손으로 내려 마신 핸드드립 커피는 탄맛 가득 쌉싸름했다. 원두를 쌘 불에 깨 볶듯이 볶아버려 타버린 거다. 그래도 좋았다. 향이 좋았고, 내 손으로 볶았다는 게 기분 좋았다. 뭐 로스팅한 뒤에 3일 정도 지나는 것이 더 맛이 좋다고 했는데 당시엔 그런 거 신경 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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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엔 나름 익숙해져서 1차 팝핑 후 미묘한 시간 차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도 알았고, 대략 내 입맛에 콜롬비아 슈프리모인가가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만 딱 거기까지였다. 내 성향은 적당히 호기심이 채워지면 다른 거에 곧 관심이 옮겨간다. 그러니 거기서 딱히 더 발전하거나 하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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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글 쓰는 아내를 위한 커피는 늘 내 담당이다. 처음 아내가 공유가 선전하는 카누를 참 맛있게 마시는 모습에 뭔가 도전의식이 생겨 잘난 척하며 핸드드립 해줬다. ‘커피가 그저 그렇지…’라고 말하던 아내가 불과 며칠 만에 너무 당연하고 당당하게 ‘닝겐아! 커피를 대령해라!!’라고 할 줄은 전혀 예상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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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뭔가 갖춰져서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취미든… 일이든. 요즘 뭔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차일피일 일을 미루는 습관이 다시 도졌다. 이거 아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질러보자. 좋아할 사람은 좋아하고, 아닌 사람까지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니 욕심을 좀 덜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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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너무 더워서 일이 손에 안 잡혀 카페로 피신 왔다. 2900원 아이스커피 옆에 놓고 한참 딴짓했으니 이제 됐다. 다시 작업 스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