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42
하던 지랄도 멍석을 깔아주면 못하는 법이라고 했던가? 막상 나름 욕심과 계획을 가지고 글을 쓰려고 하니까 이게 안된다.
전엔 별생각 없이 낄낄거리며 쓰던 말도 어느새 ‘이거 써도 될까?’ 고민하게 된다. 아내 덕에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글과 종이에 인쇄되어 ‘책'으로 나온 글이 얼마나 큰 무게감의 차이가 나는지 알게 되었다.
페북이나 커뮤니티 게시판에선 종종 글이 좋다고 칭찬을 받지만, 그것이 ‘출판'의 영역으로 넘어가서 ‘상품'이 되는 것에서의 간극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깊은 고민과 성찰로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게다가 그걸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나가는 분들을 보면 압도된다. 그냥 알 수 있다. 나는 저렇게 쓸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토끼가 열심히 운동하면 근육 토끼는 될지언정 사바나 사자나 아프리카 버팔로가 될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애초에 난 대단한 작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재밌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개취존’ - 개인 취향이니 존중해주시지요~라는 약간의 삐딱함이 섞인 이 단어. 몇 년 전부터 인터넷 세상을 떠돌던 단어이기는 하지만 이게 내게는 달리 생각할 수 있는 틈과 용기를 만들어주었다.
굳이 내가 무거운 주제로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하지 않아도 그걸 잘하시는 분들이 좋은 글을 쓰시겠지...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음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럴 능력도 안되고... 그냥 내 수준에서 내 느낌과 생각에 따라 써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변 분들의 조언과 용기를 주는 응원과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욕심이 섞여서 그냥 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가급적 최선을 다하되 거만하지 않고 아는 만큼 쓰자. 혹시 틀리거나 실수하면 부끄러워하고 사과드리고 고쳐가자...’그런 정도의 마음을 먹자 조금 편해졌다.
뭔가 대단한 것을 써야지 하고 생각할 때는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니, 요즘은 그냥 지형씨와 나의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 사는 이야기가 대단하진 않아도, 이걸 내가 할 수 있는 호흡으로 찬찬히 쓰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아해 주는 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도 사실 가볍지 않고 하찮지 않다는 것을 요즘 새록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이 커졌다.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도, 아내에게도...
이왕 깔아 둔 멍석.
지랄이 되었든, 살풀이가 되었든, 써 내려가기로 했다.
나를 쓰다 보면 다른 사람도 쓸 수 있겠지, 진짜 이야기도 쓸 수 있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