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커피 생활(2)

100개의 글쓰기 44

by 김민성

차그락, 사그락, 차그락, 사그락… 땀을 좀 삐질거리며 후라이팬을 흔든다.
며칠 전에 도착한 생두를 짬을 내서 볶아 놓기로 했다.
온갖 글이 올라오는 인터넷 게시판을 뒤적거리다가 ‘홈 로스팅'이라는 단어에 꽂혀 읽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글쓴이는 대수롭지 않게 집에서 후라이팬으로 커피를 로스팅한다며 사진 몇 장과 과정을 설명해주었다. 신기한 것을 보면 해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인터넷을 뒤져 생두를 구입하고, 싱크대를 뒤져 안 쓰는 후라이팬을 꺼내 그렇게 커피 볶기에 도전했었다.

처음엔 뭔지 몰라 생두 넣고 대책 없이 센 불에 볶아버려서 거의 타다시피 했었다.
유튜브로 볶는 방법 찾아보고, 홈 로스팅 카페에 가입해서 자료를 읽어보며 이래저래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내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커피를 볶았다.

위에 안 쓰는 오목한 냄비 뚜껑을 덮어놓고, 손목에 스냅을 줘서 팬을 흔든다. 촤르륵 소리 들으면서 커피를 볶고 있으면 어느새 생각은 단조로워진다. 태우지 말아야지, 골고루 익도록 해야지…
찌직, 찌직 소리가 나며 1차 팝핑이 시작되면 더 가열차게 팬을 흔든다.
집안은 어느새 콩 볶는 냄새와 연기로 가득 차고 가스렌지 주변은 벗겨진 커피 껍질로 어지러워진다.
타닥타닥 2차 팝핑이 일어나고 여기서 더 볶을까 말까 고민되는 어느 시점이 되면 욕심을 버리고 불을 끈다.
거기서 더 욕심부리다가 여러 번 태운 경험으로 배운 거다.

후라이팬과 바가지를 들고 얼른 베란다로 나간다. 바람에 커피를 식히고 덜 벗겨진 커피 껍질도 날려 보내는 거다. 쏴아 소리를 내며 바가지로 커피를 쏟아낸다. 커피 껍질이 날린다. 적당히 볶인 커피 향에 기분이 좋아진다.

다시 팬에 커피를 옮기고 바가지로 커피를 쏟아낸다. 커피 쏟아지는 소리가 파도 소리처럼 들린다. 그렇게 십 수 번 파도를 치고 나서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선풍기에 커피를 식혀놓고, 유리 용기에 붙일 라벨을 꺼낸다. 라벨에 ‘2011년 7월 16일 콜롬비아 슈프리모’라고 써서 병에 붙인다. 선풍기 앞에 놓았던 볶은 커피를 병에 담는다. 7월 19일에 꺼내야지…

혼자 난장판이 된 주방을 치우면서 언젠가 취미가 같은 사람,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다음 해 6월 5일에 임지형을 만나 10월 6일에 결혼했다.

말이 잘 통하고, 취미도 잘 맞았다.
음. 더 정확히는 그냥 잘 맞게 되었다. 성격이든 등짝이든…
계속 더 잘 맞을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여보 사랑해!’라고 쓰기로 했다.
내일 뜨는 해를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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