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100개의 글쓰기_5

by 김민성


사무실 앞 공단 식당에서 주로 점심을 해결한다. 끼니를 해결하기에 밥값 5천 원이니 나쁘지 않다. 점심시간이 되면 근처 사무실과 공단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규모가 큰 곳이야 자체로 식당을 운영하겠지만, 작은 곳은 이렇게 외부 식당 이용이 속 편한 것이다.

옆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을 사 와서 4명이 반주로 나눠 마시는 테이블을 지나, 벽에 붙은 테이블 자리로 간다. 처음 본 아저씨들 사이에 자리 잡는다. 벽 테이블은 혼자 밥 먹으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각자 핸드폰을 보거나 이어폰을 꽂고 무언가를 들으며 밥 먹는데 열심이다.

그래도 동료들과 같이 온 사람들은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웃기도 한다. 여기 혼밥 동지들은 자기가 떠 온 밥을 무표정하고 묵묵한 모습으로 씹고 떠먹는다. 서로의 거리는 주먹 하나 정도인데, 마음의 거리는 우주 저편에 있는 것만큼이나 멀다. 어차피 우리는 모르는 사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좀 느긋하게 밥을 먹는다. 나야 몇 시까지 들어가야 할 규정도 없고, 감시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페북을 보거나, 팟캐스트를 듣거나, 유튜브 구독한 강의를 보면서 밥을 먹는다. 이건 혼밥족의 특권이지 싶다.

가득 찼던 식당은 어느새 한가해졌다. 정신없이 주방에서 일하던 여사장님이 밖으로 나와 고무장갑을 벗고 난로 앞에 엉덩이를 붙인다. 볼 때마다 웃는 얼굴이지만, 고된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어디선가 갈색 점이 박힌 고양이가 들어왔다. 능청스럽게 사장님 발 밑에 척 자리 잡는다.

“이 놈, 지난겨울에 밖에서 떨고 있어가꼬 데리고 들어와서, 밥 한 번 줬더니 그다음부터는 이 시간 되면 알아서 이리로 와야~. 나비야~ 나비야~~ 밥 주까?”

길 고양이었던가보다. 그래 사람 배고플 시간이면 너희라고 별다르겠니…


사장님은 고양이 밥그릇에 먹이를 좀 담아 내준다. 따뜻한 난로 앞에서 찹찹 소리를 내며 밥 먹는 고양이 모습이 무척 편해 보인다. 사진 한 장 찍을까 하다가 묘상권 해치는 건가? 하는 헛생각하며 접시를 들고 식기 반납한다. 이제 다음은 달달한 자판기 커피 뽑아 들어야 할 순서다. 공짜다. 감사하게도...

식당 여사장님은 십수 년을 하루도 안 쉬고 식당을 열었단다.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하기 싫어서 일요일은 식당 문을 닫기로 했다며 웃는다. 식당 앞에는 연습장 같은 종이에 매직으로 쓴 ‘매월 첫째 일요일은 쉽니다.’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사장님 이러면 한 달에 1번 쉬시는데요?”
“그랑게 다 쉬어블라고 했는디, 그래도 일요일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응께…”라며 말꼬리가 작아진다.

“일요일은 근처 공단이나 사무실 다 쉬지 않아요?”
“그라기는 한디 그래도 이런저런 사람들이 온다 말이요… 그라고 생각하믄 쉬기가 미안해서 그라제”

그래… 돈이 아니라 사람이구나. 사람이 오니까 쉬지를 못하시는구나…

사장님은 사무실서 먹으라고 식빵 튀김 몇 조각을 챙겨주셨다. 식빵을 사선으로 잘라, 계란옷을 입혀 기름에 튀긴 후, 설탕을 묻힌 튀김을 검정 비닐에 담아 주셨다. 4시 30분 정도 딱 배가 출출할 시간에 먹으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밖으로 나오니 오늘 햇살이 참 밝다. 봄이 많이 가까왔구나...
쏟아지는 햇살에 재채기가 나온다. 시원하게 서너 번 해주고, 검정 비닐봉지를 휘휘 감으며 길 건너 사무실로 들어왔다.

별거 없다.
부담 없이 사람들 이야기를 들을 때, 전에 그냥 지나치던 것을 새삼 마음으로 발견했을 때,
그리고 예상치 못한 친절을 받았을 때 나는 행복해진다.
나도 남을 행복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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