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_10
어릴 때부터 남과 경쟁해서 뭔가 승패를 겨루는 것에 매력을 못 느꼈다.
승부를 가려야 하는 종목의 운동은 도통 낄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머리 크고, 달리기 못하는 아이를 자기편으로 하고 싶은 애들도 없었고 말이다… 어쩌면 내가 아이들 사이에 끼지 못한 이유로는 이게 더 컸겠구나 싶다.
어쨌든 남과 뭔가를 함께 하는 운동은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심지어 게임조차 나는 남과 승부를 겨루는 쪽 보다는 스토리나 주인공의 성장을 즐길 수 있는 RPG나 어드벤처류를 선호한다.
생전 처음으로 ‘운동'에 관심이 간 건…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것이었다.
인간의 근육 생성의 원리에 대해 글을 읽게 된 것이 계기였다.
지금 기억에 인간의 근육은 상처받으면서 성장한다는 내용이었다.
근육은 근섬유라는 근 다발로 이루어져 있고, 근섬유는 근원섬유의 집합체라고 했었다. 근원섬유는 액틴과 미오신이라는 단백질 기반으로 되어있는데 강도 있는 근육운동을 하면 이 결합이 끊어진단다. 그럼 세포는 이것을 회복하기 위해 단백질 합성을 하게 되는데 끊어진 것보다 더 많이 만들어지게 되어 있단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 근육이 성장해서 커지는 거라고 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고, 운동하는 것만큼이나 쉬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회복하는 동안에 근육이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글을 읽으면서 뭔가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느낌을 받았었다.
사실 그즈음에 나는 상담심리에 관심이 무척 많았고, 허덕이고 휘몰아치던 삶에서 처음으로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뒤늦게 진지하게 고민할 여유가 생겼던 시기이기도 했다.
사실 사람의 마음도 근육과 별다를 것 없다.
근육이 극한의 스트레스 속에서 상처 입고, 회복되어 자라듯이 우리의 마음도 슬픔과 고독, 쓰라린 아픔과 상처 속에서 자란다. 근육이 자라는데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듯이, 우리의 마음도 회복되어 자라는 데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근육을 생성하기 위해 단백질 같은 영양소가 필요하듯 사람의 마음이 성장하는 데에도 좋은 영양분이 필요하다.
따스한 위로, 외로운 시간을 버티게 해줄 추억,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 근거 없는 자기 확신 같은 것들… 때로는 시 한 편, 한 권의 책, 영화의 한 장면이 영양분 일 수도 있다. 별생각 없이 밖으로 나왔다가 생전 처음 만난 사람에게 받은 사소한 친절에 혼자서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해서, 이다음에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친절을 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경험 같은 것들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무척 두려워하고, 조심스러워했었는데, 나를 웃게 하는 것도, 나를 웃을 수 있게 해 준 것도 언제나 사람이었다.
박노해처럼 멋지게 ‘다시 사람 만이 희망이다'라고 말할 재주는 없지만… 내 삶에서도 언제나 내 마음을 성장하게 해 준 가장 큰 영양소는 결국 사람이었다.
결혼 후에 15Kg 몸무게가 늘었다. 그렇다. 사람이 영양소다.
내가 생각해도 요즘 너무하지 싶다.
일단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생각했다. 오래전에 사 두었던 딥 프레스 머신을 꺼내야겠다.
아마 곧 이럴 거다.
나는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마우스를 딸깍 거리고 운동하는 영상을 찾고, 근육 생성의 과학적 방법론에 대해 심도 있게 호기심을 채운다.
딥 프레스 프레임에는 봄 이불이 예쁘게 마르고 있다.
지형 씨는 내 사각팬티를 입고 찜질 팩을 허리에 두르고 방을 닦다가, 운동도 안 할 거면서 쓸 데 없이 빨래 걸이 샀다며 잔소리를 날린다.
거기에 나는 또 따박따박 말대답하다가 등짝을 맞는다.
열린 창문으로 바람은 살랑거리고, 햇살은 거실 책장에 부서져 흩어진다.
그래 긴 겨울이 끝났다. 봄이다.
이보다 완벽할 수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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