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가 사춘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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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지난 일요일 밤.

"아야. 지형이 책 거시기 교과서 들어가냐?"

교회에서 일하고 있는데 전화하신 아버지가 대뜸 던진 말이다.
며느리가 쓴 동화책이 내년부터 교과서 머시기에 들어간다고 하니 이 양반이 기분이 좋으셨던 모양이다.

"교과서가 아니라 선생님들 보는 지도안에 들어가는 거여요."

"그것이 그것 이제. 그라믄 지형이 책 잔 팔리겄냐?"

"아무래도 그전 보다믄 더 팔리제 안팔리겄소?"

"그라지야잉? 껄껄껄"

발음이 기분 좋게 뭉개지는 것이 약주 한 잔 하신 분위기다.

"그란디. 며느리 책이 교과서에 올라간디, 술은 으째 아부지가 드셨소?"

"그라믄 기분이 조응께 한 잔 해브러야제."

이럴 때 아버지의 목소리는 참 호쾌하셔서 웃음이 나온다.

"그라쑈. 그란디 조금만 드시쇼. 어무니 걱정하신께, 그라고 차는 놔두고 가시쇼!"

"(갑자기 정색하시며) 알았다."

뚜...뚜...뚜...

당황.
술을 조금만 드시라고 한 것에서인가?
어머니가 걱정하신다고 해서인가?
아니면 추운데 차 놔두고 가라고 해서인가?

이 양반이 갑자기 삐진 포인트를 못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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