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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배르니 Jun 13. 2022

더 단단해질 겁니다

과거에 잘했던 사람은, 앞으로도 잘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 정신과를 다닌 지 17주 차다. 오늘은 선생님께 이런 얘기를 들었다. 


"헤세드 씨는 참 단단한 사람이네요"


한 때는 그랬다. 스무 살 때 인도로 배낭여행을 간 이후, 기회가 생기면 뭐든지 했다. 각종 인턴과 아르바이트, 계약직이라도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달려갔다. 그곳이 설령 외국이라도 말이다. 나는 어렸고, 열정이 가득했다. 그렇게 쌓아온 자신감과 스펙으로 원하던 직장에 입사했다. 갑자기 찾아온 번아웃과 우울증으로 일상이 깨지기 전까지 나는 '꽤 단단한 사람'이었다.


선생님이 말했다.


"단단하다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어요. 첫 번째는 지금 단단하지 못해서 본인이 많이 힘들 거라는 말이에요. 두 번째는 과거에도 잘 해왔으니까, 앞으로도 잘할 거라는 거예요. 꼭 그렇게 될 거라고 장담할 수 도 없고, 우리가 미래를 알 순 없어요. 하지만 헤세드 씨는 지금 잘 견디고 있어요. 이 시기를 잘 보내면, 앞으로 더 단단해질 겁니다."


순간 감정이 복받쳤다. 눈물이 나진 않았지만, 마음으로 울었던 것 같다. 사실 여전히 감정 기복이 심하다. 때때로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로 감정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가 있다. 함께했던 추억이 떠오르고,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편지를 발견하고 한참을 울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건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주저앉아 있지만은 않았다. 울면서 기도했다. 울면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울면서 운동복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헬스장에 갔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사고를 전환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고 나면 조금 괜찮아졌다.


선생님이 말했다.


"우울증 환자들이 계속 힘든 이유가 뭔지 알아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그 생각에 갇혀서 아무것도 못해요. 운다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에요. 감정을 표출하는 거거든요. 헤세드 씨는 울면서 '나는 이래서 안돼'하고 주저앉아있지 않고 계속 뭔가를 하잖아요. 운동을 시작한 거 아주 잘했어요. 그리고 헤세드 씨는 단단한 사람이에요. 앞으로 더 단단해질 겁니다" 


지금 잘하고 있다는 말. 앞으론 더 나아질 거라는 말. 너무 힘이 됐다.


그리고 선생님이 상담 주기를 매주 1회에서, 2주에 한 번으로 조정해주었다. 처음보다 나아지고 있으니, 나만 괜찮다면 주기를 좀 줄여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다행이다.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사진출처(<a href="https://www.freepik.com/photos/freedom">Freedom photo created by ijeab - www.freepik.c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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