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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배르니 Jun 12. 2022

나를 믿어줘야 할 사람은 '나'다

'오늘'을 '어떻게' 보낼까?

정신과를 다닌 지 15주 차다. 3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평생직장이라 생각했던 회사를 나왔고, 함께 미래를 그렸던 소중한 사람이 떠났다. 인간관계의 단절과 함께, 분신같이 아꼈던 차를 팔았다. 의사 선생님은 지난번 상담에서 나의 상태가 최악임을 아셨나 보다. 그동안 진행했던 인지행동 치료(감사일기, 걷기 등)를 중단하고, 한 단계 높은 우울증 약을 처방해 주셨다. 그리고 또 일주일이 지났다.


사실 겪어보니 우울증으로 회사를 쉬게 된 건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 회사를 쉬게 된 것이 사고로 1톤 트럭에 치인 일이라면, 평생을 약속한 사람과의 이별은 5톤 트럭에 깔린 일이었다. 많이 울었고, 무기력했다.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동굴에 들어간 나를 꺼낸 건 가족이었고, 친구가 내 옆을 지켜줬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을 '어떻게' 보낼까?

내가 힘들고 괴로운 이유는 바꿀 수 없는 '과거'와 앞으로의 '미래' 때문이다. 그리고 '왜?'라는 질문 때문이다.


1. Here and now
지금. 여기에 충실해라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들은 지나간 과거에 살기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끊임없이 걱정한다고 한다. 과거와 미래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현재는 바꿀 수 있다.


2. Not 'Why' But 'How'
'왜'라고 묻지 말고,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라


사람이 갑자기 사고를 당하면 이런 생각을 한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난 그랬다. 하지만 '왜'에 집착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문제의 원인을 아는데 도움이 될 순 있어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를 좀먹게 된다. 반대로,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한다면 나를 옥죄는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숨 쉴 수 있고, 뭐든 해볼 수 있다. 내일을 생각할 수 있다.


앞으로 평생 우울증 환자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는데 조금 불편한 상처처럼, 내 몸의 일부로 생각하려고 한다.


이제야 깨달았다.

"나를 믿어줘야 할 사람은 나고. 사랑해줘야 할 사람도 나다"




*사진출처(<a href="https://www.freepik.com/photos/korean-girl">Korean girl photo created by tirachardz - www.freepik.c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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