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우울증 진단을 받고, 내 일상은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우선 출근을 하지 않는다. 운동하러 헬스장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온종일 집에 있는다. 인간관계도 단순해졌다. 그 외에 경제력을 잃었고, 차를 팔았고, 혼자가 됐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나는 생각했다.
'내 일상이 무너졌어'
여전히 회사를 잘 다니고, 결혼해서 사는 친구들과 비교하며, 내 인생은 '비정상'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오늘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회사를 쉬고 난 이후, 병원을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정신과를 제외하고 말이다.
직장인 6년 차에 접어들면서 나는 급격히 잔병치레가 잦았다. 혹부리 영감처럼 임파선이 부어서 이비인후과,
위경련으로 내과, 피부가 뒤집어져서 피부과, 여성질환으로 산부인과도 갔었다. 분야는 다르지만, 병원에서는 하나같이 말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나 봐요'
'면역력이 떨어지신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게 '회사' 때문은 아닐 것이다. 건강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고, 완벽주의, 워커홀릭, 불안과 강박 성향을 가졌던 내 문제도 있었다. 중요한 사실은 그때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닌다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고, 만족스러운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풀메이크업과 차려진 옷들을 입고 다닌다고 해서 병들어가는 내 몸이 '정상'이 될 순 없다.
나는 지금 언제 직장생활을 다시 할지 모르는 반백수이자 우울증 환자지만, 몸은 건강해지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삼시 세끼를 잘 챙겨 먹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무슨 일을 하든지 '나'에게 묻는다.
인생의 초점이 '타인에게 비치는 나'가 아닌, '내가 바라보는 나'가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평가와 시선에 집착하며 살았던 나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우선 건강을 회복하면 돈은 언제든 벌 수 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다. 차는 가까운 데는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꼭 필요하다면 사면된다. 그리고 정말이지 세상의 반은 남자다.
삶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느낄 때, 한 번쯤은 나에게 물어야 한다. 진짜 '정상'은 뭐고 '비정상'이 뭘까? 나에게 묻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내려놓은 답을 '정상'이라고 여기며,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지금이 '정상'이다.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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