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대학10년 12화

12. 휴학생이라면 해볼 만한 것 - 토익, 일본 배낭

by 레저왕

2012년 6월 10일. 필리핀 3개월, 호주에서의 1년간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컴백하였다. 2학년으로 복학하려면 한 학기가 남았었기에 남은 6개월간의 휴학 생활이 남아있었다. 이 기간 동안에는 공인 영어성적을 만드는 게 목표라면 목표였다.


‘그래 나도 토익 800점 한번 만들어 보는 거야.’


복학을 하여 학교를 다니게 되면 영어 성적 만들 시간도 없을 거고 영어성적이 있다면 교환학생 같은 제도를 통한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리고는 제일 먼저 학교 앞 근처 어학원에 등록했다. 아빠가 출근하는 7시에 같이 나가 어학원에 도착하여 책을 읽는다. 8시 시작하는 한 시간 영어수업을 듣고 도서관에 가서 스케줄에 맞게 토익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고는 한다. 그리고 도서관이 닫으면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와서는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에 가서 헬스를 1시간가량하고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곤 했다. 이게 내 휴학기간 동안의 생활이었다.


3개월이 흘렀다. 첫 토익시험을 쳤다. 점수는 685점. 필리핀+호주 1년 3개월 그리고 3개월간의 공부 끝에 친 점수 치고는 너무 낮아 실망을 하였다. 하지만 공부를 더 하는 방법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다음 달에는 745점. ‘더 오르겠지.’ 예상한 그다음 달에는 700점이 나왔다. 12년의 마지막 달 토익점수 785점이 나왔다. 목표였던 800점은 못 만들었지만 그래도 무에서 유를 창조했기에 만족했다. 6개월간의 휴학기간 중 2번의 계절학기를 통해서 재수강을 하고 새로운 취미 만들기에 도전하기도 하며 독서하는 재미를 알게 되어 50여 권이라는 책을 읽을 수 있었다. 2학년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조금은 성장한 기분이었다.


2학년 복학하기 전 겨울방학, 난 태규에게 사진동아리 임원이 되어서 활동하자고 제안하였다.


“네가 1학기 회장하고 난 부회장 하고 내가 2학기 회장 할 때는 니 부회장 하고. 어떤데?”

“나쁘지 않네.”

“동아리 방부터 싹 다 바꿔보자.”

“그래 한번 해보자.”


그렇게 일은 시작됐다. 원래 모든 일의 시작은 청소와 함께 나온다고 했었다. 청소를 시작으로 가구를 이리저리 들어 옮기고 페인트칠을 시작했다. 동아리가 Light&Shadow 흑백사진동아리였으므로 콘셉트는 블랙&화이트로 잡았다. 제일 먼저 벽면을 회색으로 칠했다. 백색 시멘트로 땜빵 메꾸어 가면서 열심히 페인트칠을 했다. 모르는 건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그다음 창문틀 하고 문은 검은색으로 칠했다. 처음에는 태규랑 둘이서 하다가 동아리 임원진을 꾸리고 후배들을 불러내서 같이 작업을 했다. 암실 바닥청소도 깨끗이 하고 오래된 사물함도 더 이쁘게 꾸미기 위해서 예쁜 사진들을 오려 붙였다. 신발장을 책꽂이로 만들고 책상다리를 자르고 롤러를 붙이고 책상도 변화를 좀 주고 벽에다 그림도 그리고 액자도 걸고 애초 3일 예상했던 리모델링은 일주일도 넘게 걸렸다.


그리고 동아리방 리모델링도 계절학기도 끝나면 꼭 하고 싶었던 게 또 하나 있었다. 바로 나 홀로 여행 가는 것. 리모델링을 하면서 일본 여행을 위한 티켓을 사고 리모델링이 끝나자마자 바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호주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 유스케를 만나고 이곳저곳 일본 여행을 다니다 오는 게 목표였다. 사실 딱히 준비하고 가는 여행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가는 여행에 가까웠다. 비행기를 타고 오사카로 갔다. 오사카로 가서 나고야를 가려고 신칸센 티켓을 발행했는데 플랫폼이 어딘지 모르겠다. 승무원한테 물어봤는데 영어를 못한다. 그러다 보이는 외국인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도 나고야를 간다고 하였다. 나고야역에 도착해서 공중전화를 찾아 유스케한테 전화했더니 유스케가 역으로 마중 나왔다. 유스케는 나고야 구경을 하는 동안 자기네 집에서 머물러라고 하였다. 유스케 집에서 유스케 어머니가 차려준 볶음밥을 먹고 잠을 청했다. 그다음 날은 나고야성에 갔다. 저녁엔 유스케가 일하는 고깃집에 가서 와규를 먹었다.


“오잼, 내일 보스랑 스키장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갈래?”

“스키장? 좋지.”

“보드 탈 줄 알아?”

“당연하지 나 레저스포츠 좋아해.”


유스케는 서핑을 좋아해서 본다이 비치에 살 정도로 레저스포츠를 좋아하는 친구였다. 다음날 유스케와 유스케 직장 동료들하고 스키장에 가서 보드를 탔다. 한국과는 또 다른 스키장의 매력에 빠진 하루였다. 유스케랑 헤어져서 도쿄에 가야 되는 날이 다가왔다. 근데 유스케도 도쿄에 가겠다고 하였다. 알고 보니 유스케가 도쿄에 취직하여 다음 달부터 살 방을 구하러 갈 겸 같이 가겠다는 거였다. 신칸센을 타고 유스케와 함께 도쿄를 갔다. 도쿄에서 잠잘 곳은 하나비 민박이란 곳 한 곳만 알고 있었는데 방이 다예약되어서 급히 신오쿠보에 있는 피시방으로 갔다. 이케부쿠로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았고 유스케의 도움 덕에 예약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유스케와 아사쿠사란 곳을 갔다. 슌타를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유스케는 나를 슌타에게 맡기고는 방 구하러 간다고 하였다. 내가 심심하지 않게 티 안 나게 엄청 신경을 많이 써준 유스케였다. 아사쿠사에는 뭐가 있는지 몰라서 슌타를 따라 걸어 다녔다. 슌타는 이것저것 설명을 해줬다. 일단 처음으로 간 게 아사쿠사 신사. 사진 찍고 놀고 슌타가 길거리에 파는 음식을 사서 먹어봐라고 했는데 닭 내장 같은 거라서 못 먹겠다고 거절했다. 슌타한테 유스케가 돌아오는 시간을 물었더니 유스케가 늦게 올 거 같다고 한다.


“이제 사진 찍을 것도 없어. 여기 주위에 또 갈만한 곳 없어?”

“음 동물 좋아해?”

“응 좋아하지.”

“그럼 우에노 쥬 가자”


그렇게 남자 둘이 동물원을 가게 되었다. 그래도 여행이니깐 시간 버리고 있는 것보다는 이게 더 괜찮은 계획인 거 같았다. 그리고 동물구경을 시작했다. 판다, 코끼리, 펭귄, 악어, 거북이, 잉어, 개구리, 바다거북이, 플라밍고, 지브라 등 끝이 없었다. 우에노 파크가 꽤나 큰 공원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구경을 끝내고 유스케를 다시 만났다. 근처 스타벅스에 갔다.


“도쿄에 와서 해야 되는 게 또 뭐가 있을까?”


슌타와 유스케는 한참 동안 일본어로 얘기를 하더니 내가 꼭 가봐야 되는 유명한 카페 겸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가자고 했다. 아키하바라역으로 가서 어느 카페에 들어갔더니 서빙하는 여자들이 간호사복 같은 복장을 입고 있었다. 혼자 온 아저씨들이 밥 많이 드시고 있는 분위기에 남자 셋이 가서 카레밥 3개 시켜서 먹었다. 기념으로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어줬는데 슌타와 유스케는 내가 여행 온 거니 나에게 가져라고 하였다. 밥을 먹고 유스케랑 숀타랑 작별인사를 했다. 그래도 며칠 동안 같이 다녔다고 울컥했다. 유스케가 말했다.


“오잼 돈 크라이!”

“아엠 낫!”


유스케와 슌타와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부터는 혼자서 여행하는 것만 남았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 있는 사람들과 하라주쿠를 가기로 하였다. 요요기공원 앞 구제시장에서 옷 구경을 하고 메이지 신사까지 다보는 계획 일정이었다. 하라주쿠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여유롭게 지내는 사람들, 바삐 걸어가며 쇼핑하는 사람들을 이방인의 눈으로 감상했다. 그리고 시부야까지 걸어갔다. 시부야에 오면 한 번씩 다 간다는 스타벅스에 올라가서 시부야 횡단보도 사진을 수도 없이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역시 여행이란 아무 생각 없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보낼 수 있는 게 진정 여행 아닐까 생각했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방에 들어왔더니 미국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다. 얘기를 하다 보니 같이 술 한잔 하러 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름이 뭐야?”

“얀이야.”

“난 아르만이야.”

“여긴 무슨 일로 왔어?”

“대만에 교환학생을 왔는데 일본에 여행을 왔어”

“여기 근처에 뭐 먹을 거 있어? ”

“오코노미야키 집 가볼래?”


그렇게 미국에서 교환학생 온 일행들과 오코노미야키 집을 가서 오코노미야키와 맥주를 시켜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고 혼자 여행을 시작하였다. 오다이바를 구경하고 오사카로 넘어갔다. 오사카 숙소를 기점으로 가이드북에서 본 남바 파크, 신사이바시, 도톤보리, 우메다를 걸어 다니고 날짜별로 고베, 나라, 교토를 방문했다. 그렇게 나의 10박 11일간의 일본 여행이 끝이 났다. 시간이 된다면 혼자서 여행을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감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정 고독을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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