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대학10년 13화

13. 대외활동 그리고 한국에서 외국처럼 생활하기

by 레저왕

2학년 1학기가 시작되었다. 2학년이 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늦은 만큼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사진동아리에서 부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잘하기 그리고 대외활동이나 많은 경험하기가 목표라면 목표였다. 대외활동을 뭐할지 찾고 있다가 난 그냥 교내 사회공헌팀으로 유명한 ‘유토피아’란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다들 대학생활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학교 내에 나오는 여러 가지 기획들이 이곳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기획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작은 기획부터 큰 기획까지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던 사진동아리를 통해서 바로바로 실천해 보며 기획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유토피아에서 한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이그나이트‘란 활동이었던 것 같다. 이그나이트란 ’한 사람의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란 모토에 한 명 한 명 자신의 인생을 피피티로 준비해서 짧게 발표하는 거였다. 유토피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발표를 하는 행사라서 피할 수가 없었다. 나도 이날 내 인생 처음으로 발표를 하게 되었다.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인 줄 알았는데 처음으로 내가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이렇게 2학년 1학기는 학교 수업, 사진연구회, 유토피아 활동을 하며 생산적인 시간들로 내 시간을 꽉꽉 채웠다.


2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 기말고사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난 기계과가 나랑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전공 공부를 하면 머리가 아프고 속도 안 좋았다. (한참 후에 병원을 가서 십이지장궤양을 발견했는데 난 그 병이 이때부터 시작된 거라 생각하고 있다.) 난 전공 공부가 너무나 하기 싫었다. 다른 과로 전과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전과를 반대하셔서 복수전 공정도로 합의를 봤다. 사실 나도 전과까지 하면서 다른 전공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때는 ‘광고천재 이제석’ 책을 보고 막연히 디자인이 멋있어 보였기에 디자인으로 복수전공을 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계 성적이 3.0이 넘어야 복수전공 신청자격이 주어졌다. 어쩔 수 없이 기계과 성적 또한 잘 받아야만 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1학년 때 받은 재수강 과목들은 휴학기간에 미리 재수강을 받아 놓은 상태였다. 2학년 1학기가 끝나고 누계평점을 보니 3.02였다. 가까스로 3점을 넘김으로써 복수전공을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복수전공을 신청하고 학점관리를 잘하여 3학년이 올라갈 무렵에는 해외로 교환학생이나 복수학위제도를 신청할 계획을 짰다.


시각디자인으로 복수전공을 신청했다. 교수님을 찾아갔다. 교수님은 방학 동안 몇 가지 그림을 그려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2학년 여름방학의 목표는 그림 그리기와 토플 점수 만들기로 정해졌다. 토익점수는 이미 있었고 2학년이 끝나고 3학년 진학 시에 교환학생으로 지원을 하고 싶었기에 토플 점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하는 토플 수업을 신청해서 들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하는 토플은 수업시간이 너무 짧고 울산에 있기에는 방해 요소가 너무 많았다. 나머지 한 달은 서울에서 토플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토플 공부를 같이하던 학과 후배 일록이와 함께 서울 기숙사에 올라가서 공부하자고 얘기를 했다.


일록이가 알겠다며 기숙사에 전화해 혹시 남는 기숙사가 없냐고 물었고 남는 기숙사 방이 생기면 연락을 준다고 하였다. 마침 서울에 있는 기숙사 방이 남는다고 연락이 왔고 일록이와 서울에 올라가게 되었다. 서울에서 다니는 학원에서는 토플 수업에 관한 테크닉을 주로 가르쳐주었다. 주 3회 수업을 받고 나머지 시간에는 숙제를 하거나 독학을 했다. 간간히 서울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며 한 달여간의 서울생활을 끝냈다.

토플 공부만 하고 방학을 끝내기엔 너무나 아쉬웠는지 여행 계획을 하나 짰다.


“자전거 타고 제주도 갈래?”


그리고 일록이와 나는 서울에서 내려오자마자 실천에 옮기게 된다. 밤 12시에 학교에서 만나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을 시작했다.


“와 일록아 길 위험하니깐 조심해서 라이딩하자.”

“네 형”


그렇게 한참을 라이딩하고 새벽이 되어서야 부산항에 도착했다. 부산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건 그다음 날이었기에 자전거 주차만 해놓고 울산으로 ktx를 타고 다시 내려왔다. 울산에서 일정을 끝내고 다시 일록이랑 부산에 갔다. 자전거 타고 제주도 종주가 목표였다. 태규랑 하규형도 합류했고 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했다. 하지만 1시간도 못 타서 자전거로 제주도를 돌아본다는 건 무리라고 판단하였다. 자동차를 렌트하여 제주도 여행을 시작하였다. 3박 4일이 최초 예정된 일정이었는데 배가 결항돼서 이틀 더 연장을 하였다.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게 여행이기에 받아들이고 재밌게 여행을 즐겼다. 한라산 등정을 하고 성산일출봉도 가고 제주도 현지인이 소개해준 곳에 가서 몸국과 소주 한라산도 마시는 둥 여행을 즐겼다. 그리고 울산으로 돌아오는 날. 부산항에서 울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서 씻고 바로 수업을 들으러 향했다. 그렇게 2학년 2학기가 시작되었다.


2학년 2학기. 지금까지와 바뀐 게 있다면 복수전공자가 되어 디자인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었다. 그 외에 사진연구회에서는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사진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2학기 수업을 참가했다.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면 토플 수업도 들었다. 학교생활은 만족스러웠지만 진로에 대한 걱정은 여전히 많았다. 복수학위제도로 미국을 가는 것과 취업을 하는 것을 많이 고민하고는 했다. SK에 서류를 넣었더니 서류전형에 덜컥 붙었다. 그래서 취업준비를 잠시 했지만 인적성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겨울방학에는 토익캠프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토플 점수, 토익점수만 맞춘다면 미국 복수학위제도로 가는 것도 문제가 될 거 같진 않았다.


10월의 어느 날. 호주에서 양 장기 파트에서 같이 일하던 동민이 형이 연락이 왔다. 공장에 있을 때 인사담당관이었던 Peter가 한국에 온다고 친구랑 다 같이 보자고 하였다. 부산에 가서 형들을 만났다. 몇 년 만에 보는 형들이라 엄청 반가웠다. 들어보니 동민이 형과 태석이 형은 호주에서 벌어온 돈으로 봉구비어를 차려서 술장사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호주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한국에서 다르게 생활하고 있는 형들이 부럽고 멋져 보였다. 친구랑 언젠가 우리도 저런 멋진 형들이 되자며 말했다.


2014년 새해가 밝았다. 난 겨울방학을 맞아 동계 토익캠프를 들어가게 되었다. 토플 점수랑 토익점수랑 연관이 많다고 제멋대로 생각한 나는 토익캠프를 신청하게 되었던 것이다. 토익캠프는 스파르타식으로 진행되는 거라 기숙생활을 하였다. ‘이번 토익캠프에서 점수를 만들고 내년에 교환학생을 가는 거야.’


토익캠프를 하면서 주말에는 ULET(Ulsan Language Exchange Table)이란 모임을 갔다. 모임에서 진상 이형을 만났다. 형은 ‘외국인 도우미’란 근로장학생을 하고 있었는데 곧 학교에서 지원자를 뽑는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외국인 도우미는 학교 기숙사에서 외국인과 살면서 외국인들의 문제를 도와주는 거라서 영어실력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진상 이형은 영어권 국가에 나가지도 않았지만 영어를 정말 멋있게 하고 있었다. 교환학생, 복수학위제 도보다 외국인 도우미 자리가 더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도우미 자리에 지원했다.


1년간 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외국처럼 생활한다면 그걸로도 괜찮은 성과가 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국에서 외국처럼 생활하기’


다이어리에 적었다.


그 이후 나는 기숙사에 들어갔고 사우디아라 바이에서 온 아델이란 친구와 룸메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 후 노르웨이에서 온 킴과 마리우스, 브라질에서 온 아이반, 독일에서 온 이즈마, 일본에서 온 슈헤이 등 많은 룸메이트들과 생활하며 영어를 쓸 수 있었다. 외국에 나가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문화와 언어를 배울 수 있었다.


영어를 쓰는 환경은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 만들 수 있다. 언어교환 모임에 참여하고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들자. 교환학생, 복수학위제도가 아니더라도 영어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keyword
이전 12화12. 휴학생이라면 해볼 만한 것 - 토익, 일본 배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