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가 폈다.
그런데 왜 내 마음은 펴지지 않는지.
노오란 꽃 잎은 안간힘을 다해 태양을 향해 움을 틔운다.
내 마음은 왜 좋게 움 틔워지지 않는가.
너는 그저 꽃잎만 움직이면 되기 때문이야 라고 무시할 수 있을까.
그 꽃잎을 틔우기 위해 겨우내 시린 바람을 몸통 가득 맞고도 조금씩 봄을 준비하지 않았을까.
보잘것없는 갈색 가지들 안에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몸짓의 경중을 누가 따질 수 있겠는가.
하물며 너는 이렇게 예쁜 꽃잎을 만들었는데 나는 아직 봉우리 안에 갇혀있다.
죄책감의 굴레와 삶의 버거움 앞에 나는 움츠려 있다.
개나리가 폈다.
떨어져 볼품없는 거름이 되더라도 괜찮다고 내게 말했다.
내년에 또 봄이 오잖아.
개나리가 내게 속삭였다.
나는 기지개를 켰다.
내가 어떤 꽃을 피울지 모른다. 개나리조차도.
어쩌면 내가 질 때조차 어떤 꽃이었는지 모를지도.
그저 꽃이었다고 따뜻한 햇볕 맞으며 살았다고 말하고 싶은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