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해도 달리기 할 수 있다고요?

달리기에 대한 10분 글쓰기

by 꽃구름

갑자기 달리기를 시작했다.

마을잔치 같았던 남해 마라톤 대회에 가족 여행겸 갔다가 무심결에 남편에게 꺼낸 말이었다.

"9월 마라톤 나도 한 번 나가볼까?"

마침 접수가 끝나기 전이었고, 남편은 이미 등록 완료.

남편이 출근하고 나서 오전 내내 등록했냐며 연락이 왔다.

기센 여자 셋의 등쌀에 외로이 달리던 남편은 달리기 동지를 가져 기쁜 기색이었다.

그렇게 달리기 한정 추진력이 센 남편의 권유로 나는 달서 하프 마라톤 대회를 접수했고, 결국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다.

"언제부터 달리려고?"

접수하고도 한참을 달리기 할 기색이 없으니 남편이 건넨 말.

보다 못한 남편은 이제 제법 커서 단둘이 한두 시간 있을 수 있는 딸들을 남겨두고 함께 근처 공원에 뛰러 가자고 했다.

옷도, 양말도, 심지어 날 위한 이온음료까지 챙겨주며 등을 밀어주는 남편에게 툴툴대면서 아이처럼 나가기 싫다고 징징댔다.

원래 나가는 게 제일 큰 일이라며 북돋아주고 노력하는 남편을 보며 마지못해 나갔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은 없었고, 나가는 길 위에서도 달리기는 내게 먼 단어이자 낯선 단어였다.

남편은 이 어플이 잘 되어 있다며 나란히 걷는 와중에 어플 안 목소리가 들렸다. 1분 30초씩 6번을 뛰고 중간중간 걷는 시스템의 어플은 중간중간 힘든 러너를 위해 북돋아주며 달리기를 유도해 주었다. 뛰라면 뛰고 걸으라면 걸으니 별 힘들 것이 없었다. 뛰는 게 힘들다가도 금방 휴식인 걷기 시간이 도래하니까 꽤 할만했다.

그렇게 주말 남편과 달리기를 하고, 평일에는 처음으로 혼자 나가 달리기 시작한 나.

같이 달리다가 혼자 달리려니 영 어색했다.

특히 나를 주눅 들게 하는 건 '시선'이었다.

집 주변 공원이 꽤 큰 공원이고 조성이 잘 되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유독 러닝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뛰는 사람 중에 나처럼 뱃살이 올록볼록한 사람은 찾기 드물다.

역시, 달리기 하려면 날씬해야지.

나는 금세 주눅이 들었다.

평소처럼 펑퍼짐한 티셔츠를 입고 뛰니 그거 너무 덥다고 쫙 달라붙고 통기성 좋은 기능성 티셔츠와 쫄반바지를 입으라고 하도 성화인 탓에 근 십여 년 만에 입은 쫄쫄이 세트 때문에 나는 괜스레 혼자 민망해졌다.

저렇게 뛰는데 뚱뚱하다고 뒤에서 욕하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자 힘차게 흔들어야 하는 팔과 다리는 소심해졌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날씬한 사람만 달리기를 한다는 건 편견이다. 그렇게 비난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당히 말하겠다.

뚱뚱해도 달리기 할 수 있는데요? 날씬한 사람만 달리기 한다는 건 편협한 시선이에요!

이렇게 말이다.

뱃살 올록볼록한 나는 오늘도 쫄세트를 입고 뛴다.


-> 하필 한여름부터 시작한 달리기를 마치고 쾌청한 하늘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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