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共生

시 쓰는 일상

by 꽃구름

공생 共生


아침 녘, 어슴푸레한 안개가 산의 고요를 품고 있다.

내보일 듯 내보이지 않고, 어제의 기억을 품은 듯하다.


어제는 분명 후회했고, 심란하였으나, 아침이 되면 햇빛은 구석구석 온기와 빛을 나누어 그것을 잘게 부수어준다 영롱한 빛을 내어주며 괜찮다 한다.

수억 킬로미터 떨어진 닿아본 적 없는 이도 우리의 안위를 걱정하는데, 우리는 많은 걸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욕심을 낸다.


산은 진리를 알지만, 설교하지 않는다. 그저 그곳에 있어줄 뿐. 공기를 내어줄 뿐, 무언가를 가지라며 종용하지 않는다.

물은 흔들림을 알지만, 지조를 지킨다. 물새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며 잔물결에 일렁거릴 뿐, 사라지지 않는다.


풍광에 홀린 듯 거닐다 나무 앞에 섰다.

나무는 곧게 뿌리를 내리고 힘겹게 서 있다. 꽃을 품지 않는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인공 꽃.

밤 사이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원치 않는 장신구들을 한 채 나무는 그렇게 빛을 밝혔다.

반딧불이처럼 스스로 빛을 밝혀 살아내는 것이라면 좋으련만 그것은 인간의 이기가 만든 욕심의 산물.

밤 사이 한숨 잠도 들지 못한 채 나무는 다시 일어나 기운 없이 서 있다.


하지만 나무는 다시 숨을 쉰다. 받은 것이 없어도 무언가 받은 양 돌려주려 애를 쓴다.

고된 노동에 병이 들면 깊이 박힌 뿌리는 아름답지 않다며 뽑혀버리겠지.

희생. 그것이 고귀한 아름다움인지 모르는 우리의 무지.


푸르게 푸르게, 느리게 느리게

우리 곁에 답이 있다.


괴로워하지 마라. 내가 위로해주고 있으니.

슬퍼하지 마라. 내가 알아채 주고 있으니.


무한한 위로를 주는 우리는 그와의 공생관계.



3월의 어느 날 새벽녘에 쓴 시.

아까워서 여름날 밤에 이렇게 끌어와 본다.

코스모스를 읽으며 자연의 신비와 우주의 광활함에 탄성을 자아내던 그때. 자연 앞에서 경이로움을 느꼈을 때.

시를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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