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볼까? 아니면 단 몇 시간 만이라도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볼까?라는 시간적 보상과 소소하지만 내가 번 돈으로 필요한 것들, 장비들을 사야 할까 하는 물질적 보상까지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노라니 행복했다.
그래. 내가 이 주제를 제안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보상을 생각하며 행복하고 설렐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우선 시간적 보상은 예전만큼 그렇게 필요하진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아이들 등원을 시키고, 매일매일 글에 대한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독서를 하고 하는 일상적인 것들만으로도 벅찬 하루하루이고, 아직은 이 일상들이 내게는 가장 재미있고 열정을 다하고 싶은 그런 일인가 보다.
예전, 그러니까 학창 시절에는 마음이 헛헛하고 채워지지 못해서인지 온전히 밖으로만 나돌았다. 물론 젊은 날의 특권이기도 한 걸 잔뜩 누리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무얼 원하는지도, 무얼 하고 싶은지도 잘 몰랐던 시기. 친구나 이성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그들에게 의지하던 시간을 지나 아이를 낳고 나는 진짜 나를 돌아보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내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아직은 이 일상을 완전히 벗어날 만큼의 일탈이 필요하진 않았으며, 시간적 보상은 나를 위한 선물은 아니었다.
그래서 물질적 보상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써서 처음 번 돈을 꽤 오래 적금 통장에 고이 모셔두었었다. 그러다 문득 이 돈을 그저 움켜쥐고 있기보단 중요한 무언가를 사서 두고두고 보며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을 느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금에 넣어두었던 100만 원. 어떻게 쓸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100만 원 탕진 잼.
제일 먼저 나는 몇 달 전부터 고민 고민하던 노트북을 지르기로 결심했다. 남편이 사둔 노트북이 있어 그걸로 매일 글을 쓰곤 했는데, 15인치짜리 노트북에 두껍고 무거운 편이어서 백팩에 들고 다니기가 좀 번거로웠다. 카페에서 글을 쓰며 다른 사람들의 노트북을 보는데 어쩜 저렇게 가볍고 작은 노트북이 있을까 늘 부러움의 시선으로 보곤 했다. 그리고 집에서도 식탁에서, 침실에서, 작은방에서 이렇게 돌려가며 쓸 때가 있는데 옮기기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그날 아침. 늘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는 루틴을 가진 남편은 요즘 자격증 공부 때문에 격일로 운동을 하고 나머지는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난 급하게 올려야 할 글이 있었는데, 노트북을 달란 말도 할 수 없고 핸드폰으로 쓰다 결국 오후나 되어서야 작성을 완료했다. 난 그 글을 보낸 직 후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게 무조건 휴대하기 좋고 가벼운 노트북으로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고, 몇 번의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고는 결정해서 바로 사버렸다. 몇 달이나 사고 싶다 고민하던 일이 무색할 만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책보다도 더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받아 들곤 나는 아이처럼 좋아했고, 연신 감탄을 해댔다. 그런 나를 보며 남편도 씩 웃었다. 이른바 나는 '꿈에 대한 투자'라는 명목으로 노트북을 질러버렸고, 지금 내 전용 노트북이 된 그것으로 글을 쓰는 중이다. (물론 이 꿈에 대한 투자라는 명목 때문에 나는 이 글을 쓰는 데 꽤나 오래 걸리게 된 이유가 되었다. 노트북을 사고 신나는 마음으로 열정을 불태우던 그 날 후 며칠 뒤 내 꿈에 대한 자신감이 급격히 하락한 나는 괜히 이 노트북을 산 건 아닐까. 내 꿈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후회로 얼룩져 나에게 주는 선물에 대한 글을 쓸 수가 없게 만들었다. 불타오르던 열정에 찬물을 확 끼얹은 기분이었달까. 그래서 내게 주는 선물 따위에 대한 글조차 쓰고 싶지 않게 만들었으므로. 하지만 여차저차 잘 회복하고 다시 나는 꿈을 꾸는 중이다.)
새로 산 노트북 때문에 신나 방방 뛰는 날 보며 첫째 딸이 부러워했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해주었다.
"이거 엄마가 번 돈으로 산 거야."
아이는 진심으로 더 부러워하며 물었다.
"이거 천 원짜리 몇 개 있으면 살 수 있어? 나도 용돈 모아서 살래."
후훗. 나는 잽싸게 웃어주곤
"어른되면 사." 했다. 뿌듯했다.
어쨌거나 난 이 작은 노트북을 가지고 많은 곳을 누비며 많은 영감을 받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산 고가의 "내" 노트북. 나는 이걸 보며 다시 꿈을 되새기고, 이 노트북을 펴 꿈을 꿀 것이다.
이 노트북을 지르곤 20 정도가 남았다. 이걸 또 어디다 쓸까 고민을 하다 작년에 둘째가 태어난 후 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 역시 못했던 에어컨과 세탁기 청소를 하기로 했다.
사실 에어컨과 세탁기가 고장이 난 것은 아니므로 그냥 쓸 수는 있다. 냄새야 좀 참으면 그만이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위험이 없으니 20-30만 원 하는 그 청소 비용이 얼마나 아까운지 선뜻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래서 그걸 하기로 마음먹었다. 매달 생활비에서 나가는 지출이 아니고 내가 꽁꽁 쥐고 있던 돈에서 나가는 거니 부담도 없었고, 올여름은 맘 놓고 아이들에게 신선하고 좋은 공기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나는 당장 신청을 했다.
원래 예정에 없던 세탁기 청소는 같이 하면 싸진다기에 인터넷으로 바로 예약을 해버렸다. 100만 원에서 10만 원 초과.
그렇게 나는 묵혀둔 내 돈을 다 탕진해버렸다.
혼자일 때 밥 시켜먹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비싼 커피를 마실 때 든든하게 나를 수호해주던 내 첫 글쓰기 수입은 그렇게 바람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이 돈이 빠져나간 자리의 결핍을 채우려 나는 더 열심히 일 하려고 노력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