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시 쓰는 일상

by 꽃구름


거미줄

난간 구멍구멍 마다 줄줄이 거미줄이 쳐져있다.

포식자들은 바람에 날려온 먹이들이 안전하게 착지했다고 착각하도록 구멍을 촘촘히 메워 기다리는 중.

포식자들은 함정에 걸려들도록 차분하게 끈기 있게 기다린다.


조그마한 실수에도 덫에 걸리고 말도록

그들은 틈 없이 함정을 파둔다.


마음의 공허함과 번민들이 찾아올 때면

덫을 놓아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


실수하기를, 삐끗하기를 바라는 듯

그들은 조용히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러다 기회가 오면 먹이를 포착하고 포박해서

꽁꽁 묶어둔다. 꼼짝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나는 포식자일까, 먹이일까.


돌아서서 후회하는 나는 먹이에 가깝겠지?

주인 없는 것처럼 방치된 거미줄에 먹이가 걸리면

거미는 어디서고 나타나 먹이의 단물을 빨아먹을 거라는 걸

상상하며 두려워하는 나는 먹이에 가까울지 모른다.

무언의 대상을 두려워하며 자책하는 나는 먹이 일지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면 울적하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살아있음에 느끼는 번민이라는 걸 안다.

꿈꾸지 않고, 죽은 듯 목적 없이 사는 삶은 거미줄에 걸린지도 모른 체 버둥대기만 하니까.


포식자의 정체를 인식하고 두려워한다는 것.

그게 어쩌면 내가 살아있는 증거라는 것.

나는 먹이이지만, 언제고 거미줄을 뚫고 나올 수 있는

'먹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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