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는 일을 괜스레 기억하고 싶어졌다.
분명 지나온 것인데 지나온 것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관념적인 글을 쓴다. 막연히 남은 감정으로만 쓴다.
기뻤던 일을 슬펐던 일과 함께 지워버린 것 같다.
상처가 없는데도 글을 쓴다고 나는 말했다.
그때의 나는 아마도 거짓말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말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기억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주변을 상처 내는 사람이다.
내가 받은 상처만큼, 똑같이 남을 상처 내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SNS 프로필 문구를 지워버렸다.
가식적인 사람인만큼 그 가식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진짜를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가짜인 것을 알면서도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나는 상처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토록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나는 아파트 낡은 화단 속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에도 괴로워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낮은 펜스가 둘러진 공원 잔디가 밟히는 소리에도 괴로워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상처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한 번이라도 편하게 지나 보내고 싶은 사람이다.
다시 한번 옛 거리를 걸어야겠다.
오늘은 좀처럼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