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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우 Sep 05. 2021

상실증

기억나지 않는 일을 괜스레 기억하고 싶어졌다. 

분명 지나온 것인데 지나온 것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관념적인 글을 쓴다. 막연히 남은 감정으로만 쓴다.

기뻤던 일을 슬펐던 일과 함께 지워버린 것 같다.


상처가 없는데도 글을 쓴다고 나는 말했다.

그때의 나는 아마도 거짓말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말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기억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주변을 상처 내는 사람이다.

내가 받은 상처만큼, 똑같이 남을 상처 내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SNS 프로필 문구를 지워버렸다.

가식적인 사람인만큼 그 가식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진짜를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가짜인 것을 알면서도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나는 상처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토록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나는 아파트 낡은 화단 속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에도 괴로워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낮은 펜스가 둘러진 공원 잔디가 밟히는 소리에도 괴로워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상처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한 번이라도 편하게 지나 보내고 싶은 사람이다.


다시 한번 옛 거리를 걸어야겠다.

오늘은 좀처럼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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