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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상담에 1000만 원 쓰고 배운 매개체 대화법

그간 우리의 대화방식을 돌아보게 된다.

by 글로업

다시 상담실에 마주 앉은 우리 부부.


"자, 오늘은 서로 마주 보고 앉으실게요."


원장님을 바라보며 앉아있던 우리.


의자를 돌려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째깍째깍)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 소리가 크게 들린다.






"두 분 평소처럼 편하게 대화해보실게요."




평소에는 대화 시간이 부족해 허덕이는데,


막상 상담실에 마주 앉아 편히 대화를 하라는 말에


입에 풀을 발라 놓은 것 마냥


합죽이가 되어 멍하니 앉아있었다.




"글로업님께서 시작해 주세요."


보다 못한 원장님이 한마디 거들었다.



머뭇거리다 대화를 시작했다.


"음.... 상담에서 처음 오게 된 이유가 시댁 때문이잖아..."


"나는 최대한 시댁과의 관계를 깨지 않으려고


상담센터를 찾아왔는데...


어쩌다 보니 상담 중간에 시댁과 몇 년간 보지 않기로 했고


지금도 마음이 뒤숭숭하네."



"우리 결혼 전이랑 결혼 초반에만 해도


다툼이 없던 사이였는데,


부부상담을 받고 있는 이 상황이


솔직히 어머님, 그리고 시댁 때문인 것 같아서


모든 게 다 원망스러워."



"....."

남편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오~ 반박 안 하네?)

(드릉드릉 질주를 시작해 볼까?)




"나는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아무 일도 없던 때에


어떤 일이라도 잘못되면 다 며느리 탓이라는 둥


신혼여행 중에 호텔까지 시어른들이 오셔서


함께 식사하고 가시고..."


"그 시간을 돌릴 수는 없어서 너무 억울해."


"지금 아무리 다른 방식으로 보상해 준다고 해도


신혼여행 때의 몽글몽글한 감정은


다시 느낄 수 없을....."





남편은 무언가가 생각 난 듯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야기를 꺼냈다.


"아니 근데, 내가 물어봤었잖아."


"이모랑 이모부가 같이 호텔에서 식사해도 되겠냐고..."


"그때 거절을 했어야...."





나도 잽싸게 남편이 말하는 중간에


인터셉트를 했다.


"거절을 안 하긴 왜 안 해."


"굳이 지금 오셔야겠냐고.


신혼여행 말고, 다음번에도 기회가 있지 않겠냐고."


"이 말이 완곡하게 거절한 거지!"


"싫어! 안돼!라고만 말해야만 거절인 거야?"




편하게 대화하라고


스파링을 만들어주신 원장님 덕(?)에


우린 정말 편하게 평소처럼 따지기식 대화를 이어갔다.









조용히 대화를 들으며 메모하시던 원장님.


연필을 노트 위에 살포시 내려놓고 웃으셨다.


그리고는 대화를 멈춰달라 하셨다.

(불길)



이제 원장님의 미소가 뭔지 알기에


웃으시며 입을 여실 때가 무서울지경이었다.

(실마리나 해결점을 찾으셨을 때 꼭 미소를 지으셨다.)

(두근두근)



"두 분이 대화할 때 특징이 하나 있어요.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화에 끼어드는 거죠."



생각해 보니 그랬다.


누구 하나 대화의 마무리를 짓지 않았는데,


남편도 나도 그 사이를 비집고


자기 할 말을 늘어놨다.

(천생연분이네...)

(프로 새치기러 2인조 ^ㅗ^)







원장님이 상담실의 테이블 주변에 있던


작은 야자수 모형을 집어 들었다.


그 모형을 나에게 건네주시며


대화 원칙을 알려주셨다.



1. 야자수를 들고 있는 사람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상대방은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야자수를 들고 있는 사람이 하는 말에


100퍼센트 집중할 것!



2. 야자수를 건네받으면,


무조건 상대방의 말에 고마워, 미안해 등의


감정표현을 먼저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시작할 것.








이 설명을 듣고 우리의 대화 방식을 생각해 보니



중간에 말을 끊고, 끊기는 관계에서


서로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감정 표현을 할 리 없었다.


각자 일방통행 하는 대화만 주구장창...

(일방통행인데 왜 부딪히는지는 미스터리...)




상대방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감정을


다시 한번 받아주는 것은


끊어진 대화를 고리로 이어주는 효과가 있다.




원장님은 집에 돌아가서 대화 연습을 매일 10분이라도


해 볼 것을 제안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매일 밤 마주 앉아 대화를 했다.




눈앞에 보이는 펜 하나를 집어 들고


대화를 시작했다.


남편: "오늘은 기분이 어땠어?"


나: "나는 오늘 애들이 짜증을 많이 내서 힘들었어."


남편: "힘들었겠다."

(??)


(정적 3초... 까악.... 까악.....)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서로 마음에 공감을 안 해줬으면,


내 마음을 받아주는 한마디에 둘 다 얼어붙었다.

(말을 한 사람도, 듣는 사람도 얼어붙음)



상대방의 마음 읽어주고


민망함에 어쩔 줄 몰라하는 새내기 부부.

(ㅋㅋㅋㅋㅋ)



정신을 다시 차리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또 찾아온 정적 타임)

(아니고 서로 웃겨서 배꼽 잡는 중)

(끄으크크크크킄ㄱ큭큭)



그동안 우리 대화는 대화가 아니었나 싶었다.


웃기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우리의 대화가 점점 나아지고 있는 모습에


남편도 나도 만족스러웠다.





대화 연습이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산, 시댁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사실 시댁 이야기를 좋은 분위기에서 다시 꺼내는 게


마음은 불편하지만,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일이라


한번 얘기해볼게...."


"분만실에서 나 출혈량 많다고 했을 때


어머님이랑 시이모 전화 바꿔준 이유가 궁금해..."



시댁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남편의 표정은 다시 굳었다.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남편.


조용히 입을 떼는데...



남편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이야기.



우리의 대화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갔을까?



이 날의 대화를 가지고 간 상담실에서


또 다른 대화의 원칙을 배우게 되는데....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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