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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Apr 26. 2019

커피숍 운영은 텅 빈 공간에서 시작된다

카페일상 #1   

어느 날, 샌드위치를 찾으러 온 손님이 물었다.


"나도 이렇게 카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좋으시겠어요?"


음...

잠시 호흡을 조절했다.

요즘 나는 커피숍에 대해 로망을 갖고 계신 분들의 로망 브레이커가 된 기분이다.


"음... 좋긴 한데... 만만치 않아요."


"그래도 매일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고, 좋아하는 음악도 마음껏 들을 수 있잖아요."


맞는 말이긴 한데,

이쯤에서 내가 그 로망을 깨 보려 한다.

나 또한 커피를 너무 좋아했다. 최소한 커피를 세 잔 이상 마실 정도로!


어느 날, 내가 아는 지인이 말했다.


"너는 네가 좋아하는 커피, 실컷 마시려고 커피숍 하는 거 같아."


맞다. 커피숍을 차리기 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실컷 마시겠구나~라는 로망에 대한 만족감이 채워질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음악도 선별해서 맘껏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누구나 그렇듯이.


하지만 커피숍 운영의 현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말 다르다.


커피숍의 하루는 먼저 분주하다.


분주한 하루의 시작은 놀랍게도 텅 빈 공간에 홀로 들어서는 일부터 시작된다. 문을 열자마자 공간은 손님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커피통에 커피를 가득 채우는 것으로 커피 내릴 준비를 시작한다. 커피 머신을 점검할 겸 피로한 내 몸도 깨울 겸 커피를 내려 마신다. 크레마 가득한 커피로 커피잔이 가득 채워질 때 기분이 정말 좋다.




커피 한 잔을 홀짝홀짝 마시며 샌드위치를 준비한다.

우리 카페는 수제 샌드위치를 하기 때문에 다른 카페에 비해 조금 더 분주하긴 하다.

어찌 됐든 샌드위치 하나 만드는 것만 해도 카페는 어수선해지고 분주해진다.

크레마 가득한 커피 한잔이 내려질 때 마음이 흡족해지는 것처럼 예쁘게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볼 때 기분이 또 업된다. 어쩌면 이런 맛에 커피숍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든 샌드위치를 누군가가 사 먹는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고 기분이 묘했다.

좋기도 했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은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무엇인가를 판다는 것은 제대로 만들어한다는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해 만들었고, 샌드위치가 맛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뻤다.



텅 빈 공간에서 시작되는 커피숍의 하루는 향기로운 커피 향과 맛있는 디저트로 채워진다. 그리고 커피 한 잔과 디저트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때로는 사무적인 공간이 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수다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커피숍은 사람들의 온기로 채워진다.

그들을 볼 때 난 행복하다.

새벽에 일어나 집을 나서서 하루 종일 커피를 내리고 디저트를 만드는 수고로움에 다리가 부어도 사람들을 보면 피곤함이 싹 가신다.


커피숍 창업을 쉽게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사람들은 창업 중에 만만하게 보는 것이 커피숍과 음식장사로 생각한다.

나는 그 생각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다.

돈을 버는 목적으로 커피숍을 차린다면 나는 쌍수를 들고 반대한다.

생각보다 커피숍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 (왜 그런지 이건 나중에 얘기하겠다)

최소한 커피숍을 찾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 제공하는 것으로 그들에게 맛있는 디저트를 제공하는 것이 행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쳐도 다시 회복돼서 갈 수 있다. 물론 이 건 나 개인의 생각이다.


어찌 됐든 커피숍 창업을 쉽게 생각하지 마라.

최소한 이른 아침 텅 빈 공간에서 하루를 맞이하고 늦은 밤에 하루를 끝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 돼 있는지 실질적으로 점검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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