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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Jun 28. 2019

커피숍 일상을 그리다

카페일상 #3

갑자기 ‘타~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라 조용히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가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현재 딱 한 테이블에 손님이 앉아 있었다.

자주 오는 단골손님 K씨로 회사의 주요 미팅을 우리 커피숍에서 했다.

조금 전 상황까지 나름 화기애애하고 산뜻한 분위기라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실수로 탁자를 친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렇게 미팅 자리로 나를 부르시면 안되죠?”


순간 K는 당황했다.

단골손님이라 평상시에 인사를 많이 나누고 있어서 민망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얼른 글쓰기에 집중하는 척 했다. 하지만 나의 온갖 촉은 그 테이블로 향했다. 어찌됐든 눈은 컴퓨터로 향하고 어색해지면 커피 한모금을 홀짝 거리며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내 심장은 두근 두근, 귀는 K씨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쫑긋 세워져 있는 상황이다.


들려지는 얘기를 종합해서 정리해보면,

두 사람의 미팅은 상생을 위한 비즈니스를 하는 첫 출발점인 거 같았다.

탁자를 탁 치며 언성을 높였던 손님의 불만은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지점에서 K씨가 준비가 안됐는데 자신을 이곳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문제는 단골손님이었다. 단골손님은 도저히 상대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조근 조근 지금 이러시는 이유가 당황스럽다고 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불만의 토로에 단골손님은 듣다 안되겠는지 결론을 내렸다.


“대표님같은 분하고 함께 일을 추진 못하겠네요.”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테이블에서 일어나 각자 다른 문으로(우리 가게는 출입문이 두 개였다) 나갔다.

나는 테이블에 놓여있는 커피잔을 치우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 이번 상황은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대화법의 문제인거 같았다. 일단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야 할 비즈니스 자리에서 탁자를 치는 행위는 일을 그르치는 행위이다.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혈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혈기를 다스리지 못하는 순간 감정의 격동이 일어난다. 감정을 콘트롤 하지 못할 때 온유함은 깨지고 혈기를 부리게 된다. 혈기를 부리는 순간 그 동안 노력해왔던 일들을 한순간에 뒤엎을 수 있다. 그래서 혈기는 어떤 일에든 열매를 맺지 못하게 하는 감정이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준비가 안되어서 비록 이곳에 온 발걸음이 헛되다 하더라도

훗날을 도모했더라면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의 인연은 어디서 어떻게 부딪칠 지 모른다.

지금 내가 부린 혈기가 훗날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커피잔을 씻으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더불어 나 자신도 돌이켜봤다.


'그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혈기를 부렸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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