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나이를 먹었다
어제보다 하루를 더 먹었고
내일보다 하루를 덜 먹었다
그렇게 50대를 갓 지나다 보니
벌써 나이 듦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나이가 됐나 보다
하루하루를 버티고 살아온 흔적들이
나의 얼굴에
나의 몸에
나의 내장기관에
차곡차곡 쌓이는 걸 느낀다
손에 생긴 주름들
목에 생긴 주름들
무뎌진 발걸음들
그리고 무거워진 몸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렇게 차곡차곡 누적시키고
묵혀나가는 거 같다
나이가 드는 게 익어가는 거라고 말하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나도 나이를 먹으며 익어가고 있는지 점검해본다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벼처럼
수많은 폭풍우와 풍랑을 그저 버티고 견뎌낸 시간만큼
고개가 숙여진다는 것은 세상만사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들 이리라
나는 제대로 나이 먹고 있나
고개가 더 빳빳하게 들리고
귀는 닫히고
눈은 보이지 않고
세상 이치를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육신이 늙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깨달음마저 더뎌진다면 더 서러울 거 같다
지혜를 깨달아야 할 시기에
내려놓음에 대하여 알아야 할 시기에
오히려 욕심을 더 알아가고
알아진 욕심만큼 더 채워가려고 애쓰는 것은 아닌지...
세월의 흔적만큼 쌓이는 것이 욕심이 아니라
나 자신의 나약함에 대해 깨닫고 알아지길,
세월의 흔적만큼 나는 가벼워지고
다른 이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더 무거워지길,
세월의 흔적만큼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알고
아름다운 죽음을 잘 맞이할 수 있기를,
세월의 흔적만큼
세월의 흔적만큼
그렇게 하루 더 나이가 들어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