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길에 만난 사마귀
#나와 소통하는 시간
오랜만에 소화도 시킬겸 밤산책을 나왔다.
나는 쉬엄 쉬엄 어슬렁거리며 걷는 것을 좋아히는데
그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정리하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터라
잠시 생각을 쉴만도 한데, 나는 여지없이 산책길마저 일터로 전환시키고 만다.
그러고 보면 참 여유가 없는 생각 그물망에 갇혀 있는 기분이다.
이란저런 생각으로 더 촘촘한 그물망을 열심히 그리고 있는데 문득 사마귀 한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낮이 아니라 밤이다.아파트 가로등이 그만큼 밝다는 얘기ㅎㅎ"너, 뭐하니? 이 밤중에? 너도 운동 나왔니?"
하루종일 글을 쓰느라 입을 닫고 있던 나는
입술에 쳐진 거미줄을 거둬내듯 길에서 만난 사마귀에게
말을 걸어본다.
서운하게도 사마귀 녀석은 대꾸도 하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찰칵!
"너, 나한테 완잔히 찍혔어~흥~만천하에 공개해주리라"
대꾸하지 않은 사마귀에게 보복하듯 이 사진을 공개한다.
하루종일 외로웠나보다.
작업실. 좁은 책상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사투를 벌이는 내가, 많이 심심했나보다.
산책길에 만난 사마귀라도 붙잡고 시비털고 있는 내모습에 쓴 웃음이 나온다.
혼자라서 외로운 건 아니다.
둘이어도 혹은 더 많아도 인간은 외롭다.
그 허공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밖에 없다.
오늘도 기승전 하나님으로 끝나지만.
산책길에서 만난 사마귀 덕분에 잠시 여유를 가져본다.
산책길에서 만난 사색의 시간,
소중한 나의 일상이며 나와 소통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