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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Sep 07. 2022

밤 산책길에 만난 사마귀

#나와 소통하는 시간

오랜만에 소화도 시킬겸 밤산책을 나왔다.

나는 쉬엄 쉬엄 어슬렁거리며 걷는 것을 좋아히는데

그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정리하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터라

잠시 생각을 쉴만도 한데, 나는 여지없이 산길마저 일터로 전환시키고 만다.


그러고 보면 참 유가 없는 생각 그물망에 갇혀 있는 기분이다.

이란저런 생각으로 더 촘촘한 그물망을 심히 그리고 있는데 문득 사마귀 한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낮이 아니라 밤이다.아파트 가로등이 그만큼 밝다는 얘기ㅎㅎ

"너, 뭐하니?  이 밤중에? 너도 운동 나왔니?"


하루종일 글을 쓰느라 입을 닫고 있던 나는

입술에 쳐진 거미줄을 거둬내듯 길에서 만난 사마귀에

말을 걸어본다.


운하게도 사마귀 녀석은 대꾸도 하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찰칵!


"너, 나한테 완잔히 찍혔어~흥~만천하에 공개해주리라"


대꾸하지 않은 사마귀에게 보복하 이 사진을 공개한다.


하루종일 외로웠나보다.

작업실. 좁은 책상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사투를 벌이는 내가, 많이 심심했나보다.


길에 만난 사마귀라도 붙잡고 시비털고 있는 내모습에 쓴 웃음이 나온.


혼자라서 외로운 건 아니다.

둘이어도 혹은 더 많아도 인간은 외롭다.

그 허공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밖에 없다.


오늘도 기승전 하나님으로 끝나지만.

길에서 만난 사마귀 덕분에 잠시 여유를 가져본.


산책길에서 만난 사색의 시간,

소중한 나의 일상이 나와 소통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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