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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글탐가
Oct 23. 2022
느닷없는 남편의 감동적인 고백
"요즘에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그동안 내가 당신한테 정말 잘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
느닷없는 남편의 고백에 당황한 건 나였다.
"아냐. 이미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어."
"아냐. 돌이켜보니까 후회할 일들이 너무 많더라."
남편은 그동안 자신이 잘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하나 둘 세심하게 끄집어내며 고백하기 시작했다.
"너였으니까, 나 같은 놈이란 살아준 거 같아.
그동안 참아주고 살아줘서 고맙다."
솔직히 남편의 고해성사처럼 남편의 지난날이 형편없지는 않았다.
난, 남편의 책임감 있는 모습과 성실함을 존경해왔다.
그런 남편이었기에 나는 남편을 위로하듯 말을 이어갔다.
"아냐. 난, 당신을 존경하는 걸. 나와 아이들을 위해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 성실한 모습들이 너무 멋있어."
내 말을 듣고 있던 남편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건,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고!"
그랬다.
남편은 가장으로서 자신이 해야 될 일은 묵묵히 해낸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겼고,
오히려 나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지난날에 대해 후회하며
사과를 해 왔다.
"눈물 나려고 한다. 고마워!"
그러자 남편이 내 손을 잡았다.
"앞으로 너한테 정말 잘할 거야.
남은 평생, 최선을 다해서 잘해줄 거야."
아~ 세상에 결혼 30년 차에 접어들면서
남편에
게
이런 고백을 들을 수 있는 아내가 몇이나 되겠는가?
게다가 남편의 눈에 눈물이 촉촉하게 고여있었다.
진심 어린 남편의 표정에 나는 숙연해졌다.
"우리, 이혼하지 않기를 정말 잘한 거 같아.
3년 전에 힘들었을 때... 둘이 정말 이혼하려고 했는데
그때 이혼했으면 이런 시간이 오지 않았을 거잖아."
남편과 손을 잡고 늦은 저녁에 동네길을 산책했다.
바람은 쌀쌀했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자기야. 나, 너무 행복하다."
큰 덩치를 자랑하는 나,
남편보다 어쩌면 내 어깨가 더 넓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시간, 남편의 어깨가 듬직하고 넓고 우람하게 느껴진다.
남편을 의지하는 것을 배운 지 얼마 안 되는 나였다.
자립심이 강하고 자존심도 강하고 독립심도 강했던 내가
사업이 쫄딱 망하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의 카드를 쓰고, 남편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처지가 됐다.
있던 자존심도 다 내려놓고
그저 남편만 바라보는 시간들이 쌓여갔다.
그렇게 3년이 지난 거 같다.
지금도 난 남카를 쓴다.
그리고 더 능숙하게 남편을 의지한다.
놀랍게 남편은 자신을 의지하는 나에게
"세상 순진하게 생겨서 딱 등쳐먹기 좋은 스타일이야"라고 말한다.
덩키 큰 내가 남편에게 어떻게 보호본능을 유발하게 됐는지
참 신묘막측한 일이다.
그리고 이제 감동 어린 고백까지 받았다.
"앞으로 너에게 최선을 다해 잘할 거야."
오늘 밤, 그 고백의 여파로 잠이 오지 않아
단상을 끄적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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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그렇게 글쓰는 탐색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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