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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 Feb 12. 2021

립서비스가 싫다

내가 제일 잘 알아

출근길, 스치는 유리창마다 시선이 꽂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씩 점검하는 시간이다. 밤샘으로 화장이 유난히 뜬 날, 마주친 동료는 요즘 피부 너무 좋아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나만 늙고 넌 그대로라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무슨.


그렇다고 화장 다시 해봐요, 못 본 사이에 폭삭 삭았네 라고 있는 그대로 막말을 하라는 게 아니라. 칭찬을 하려거든 유심히 관찰하여 진짜 칭찬을 하라는 것이다. 찾아도 찾아도 없을 땐? 평소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사람과는 날씨를, 친한 사람과는 공통 관심 분야를 이야기하면 된다. 립서비스가 왜 필요하지?


일단 난 립서비스를 못한다. 굳이 나서서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가끔 칭찬은 했다. 단지 진짜 있는 이야기만. 얼굴 좋아 보인다 정도? 하는 일이 술술 풀리면 얼굴도 따라 좋아지니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어디 있을까 싶은, 나름 최고의 칭찬이었다.  




첫인사=립서비스 이 공식은 대체 누가 만든 걸까. 원치 않은 립서비스에 난 진짜 칭찬을 해야 하니 가끔 손해 보는 느낌도 들었다. 그중 최고봉은 나 살찐 거 같지 않아? 와 같은 칭찬 재촉형이다. 흔히 말하는 답정너다. 이럴 때는 흐지부지 단답형이 제일 만만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별로? (진짜 쪘을 때) 아니라는 말은 잘 안 나왔다.


급격하게 노화가 진행되어 뱃살도 늘고 화장도 예전만큼 먹지를 않고 뭘 입어도 예쁘지 않은 건 내가 제일 잘 안다. 왜 그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지. 아니, 라는 답을 들으면 아닌 게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만났던 여자 사람들은 대부분 립서비스는 잘하지만 진짜 칭찬에는 박했다. 그 사람이 없는 곳에서 친한 사람한테만 가끔 했다. 립서비스가 거짓이라는 명백한 증거다. 그러니 립서비스겠지만. 

그러니 의미없는 립서비스에 섣불리 내 사람이다! 확신하지 말지어다. 초콜릿의 단맛에 마비되어 다른 맛이 (잠깐) 느껴지지 않는 것뿐이다. (현대사회에 가그린이 필수인 점!)


간혹 립서비스인 걸 알면서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부에 익숙한 라떼 러버? 그도 아니라면 대놓고 이건 립서비스입니다~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하나같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거라고 한다. 사회생활하려면. 응?


그냥! 쪼오옴! 진짜 있는 이야기만 하면 안 될까.


어머님, 저는 연휴는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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