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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 Mar 19. 2021

여자가 싫다

여자의 적은 여자

이상하게도 난 어릴 때부터 학급 반장은 남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투표권이 생기면서는 대통령이 그러했고 회사를 다니면서는 대표도, 팀장도 남자이기를 바랐다. 아이를 낳는다면 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산부인과도 남자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다녔다. 남자가 좋은 것보다 여자가 싫었다. 대체 뭐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도 싫을까.  



종족의 특성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여자들은 편을 나눠 따돌리고 이간질을 했다. 중고등학교를 거쳐 회사에서도 동네에서도 여전했다. 모이기만 하면 남 걱정을 했고 결이 다르다 싶으면 배척을 했다.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되었다.

무서운 건 서로를 (뒤에서) 비난하면서도 마주하면 언제 그랬나 싶게 세상 사이좋아 보였다. 그리고 또 둘은 자리에 없는 C를 헐뜯으며 한 배에 올랐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러 간다고 말했을 뿐인데 토익학원 다닌대, 이직 준비한대, 이미 갈 회사 정해졌대.. 너 퇴사해? 이렇게 말이 되돌아왔다는 웃픈 이야기가 나는, 너무 무서웠다.



같은 여자라서,


더했다. 이미 결혼, 임신을 거친 여자 팀장이 여직원의 결혼 소식에 한숨을 쉬었고 이미 호된 시집살이를 거친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잡도리했다. 산부인과도 여자 선생님이 상대적으로 더 무심했다. 여자 (담임) 선생님, 여자 반장, 여자 팀장은 늘 남자에게만 온화했다. 그들은 눈에 띄게 편애를 했다. 한 번 눈 밖에 나면 뭘 해도 눈엣가시였고 한 번 눈에 들면 뭘 해도 사랑이었다. 대통령은 뭐. 말할 것도 없지.

심지어 시어머니, 며느리, 시누이, 동서도 다 여자였다. 지지고 볶고 욕하고 토라졌다가 또다시 웃으면서 만나 시누이 욕했다, 며느리 욕했다 하는.



아싸가 되고픈 인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지도, 말하지도, 전하지도 않으려고 만남 자체를 줄였더니 고립이 되었다. 진짜 필요한 정보를 나만 모르는 경우가 생겼다. 무리에 속하되 여자 짓(?)만은 하지 말까? 했는데 호응이 없으니 다음부터는 아예 부르지를 않았다.


이제와 보니 누군가가 내 걱정을 대신하고, 내 이야기가 구전동화가 되는 것쯤은 다들 감수하고 살았던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홀로 살 수 없으며, 사회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의 용어.


사람 사는 냄새가 원래 그런 거란다. 여자만 그런 게 아니란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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