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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 Apr 08. 2021

빨강이 싫다

파란 나라를 보았니

오늘, 우리나라는 다시 빨갛게 물들었다. 뉴스(언론)는 단풍철만 되면 손꼽아 기다린 티를 너무 냈다. 연일 민심이 뿔났다고,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부정적 단어들의 총출동! 단풍을 단풍 그대로 찬양할 줄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너희가 엄청나게 예뻐서 뽑은 게 아니라, 쟤네가 유난히 못해서 뽑은 걸 모두가 아니까. 그래서 더욱 상대를 짓누르며 우뚝 서는 존재가 바로 빨강이었다.  


너희가 못해서 진 거잖아. 

그러게 좀 잘 하지 그랬냐,며 쯧쯧 혀를 찼다. 이들은 패자에 대한 예의를 갖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게다가 다 같은 빨강이 아니라 벌겋고, 불그죽죽하고, 벌그데데하고, 빨긋빨긋한 것들이 하나같이 취미는 씹기, 특기는 반대여서 시끄럽기만 했다. 단풍철이 끝나면 "그래서, 쟤네 뭐했대?" 싶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청소부들만 바쁘지.




LG 트윈스가 계속 진다고 두산으로 갈 수는 없다. 그냥 쭉 끼고 가는 거다. 모태신앙처럼! 정치색도 마찬가지다. 대구에서 태어난 부자 할머니는 빨강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못해도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0점 시험지에 1 하나 0 하나 적어서 100점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그들의 찐 사랑이다.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 나라만이 이데아라고 믿고 살아왔던 내가 빨강이 좋아지는 날이 오기는 올까. 부자가 되면? 할머니가 되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어릴 적엔 저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두 세상에 없으면 파란 나라만 계속될 줄 알았다. 어이쿠, 금수저들을 빼먹었네. 진보와 보수가 평생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번만큼은 뉴스가 저렇게 편파적으로 나오지 않아도, 빨강이 저렇게 우쭐대지 않아도  일이었다. 아주 잠깐 왔다가는 단풍이니까, 즐겨봐라!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파란 하늘을 좀처럼   없었던 것을, 우리 모두가 안다. 이때다 싶어  그런 건가 싶지만.


진보 팬들은 안다.

, 못한  맞으니까. 그래, 그럼 너희가 한번 해봐라! 얼마나 잘하나, 싶은 마음이지 민심이 돌아섰다? 이건 아닌데. 오해한  같은데. 그냥 인정한 거다. 진보 팬들이 인정했기에 오늘 세상이 빨갛게 물들  있었다.


보수는 미세먼지, 코로나, 부동산까지 모든 게 다 진보 탓이다. 보수가 잘한 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진보의 잘못을 들췄다. 진보가 한 20년은 집권했던 것처럼. 그들 말대로라면 보수는 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없다. 그럼 일 좀 하자, 응?  


잘못을 잘못인 줄 아는 PK, 잘못을 잘못했다 말하는 보수! 가 되어 그 밭에서도 파랑새 무리를   있었으면 좋겠다.


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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