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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 Apr 14. 2021

독식이 싫다

미움받을 용기

며칠 전 아이를 데리고 동물 먹이 체험을 할 수 있는 농장을 찾았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니 배불리 먹었을 텐데도 동물들은 정신없이 달려들었다.


염소 무리에게 다가가 먹이를 주는데 유독 한 마리가 뿔로 동료들을 위협하며 욕심을 냈다. 아무리 약육강식의 세계라지만 그게 어찌나 꼴 보기 싫었는지 그 염소한테는 단 한 번도 먹이를 주지 않았다.


앞에 줄지어 머리를 들이밀면 적당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닐 텐데 왜 저렇게 욕심을 낼까, 왜 저렇게 위협을 가할까 싶었다. 뿔에 치이는 아이를, 구석에서 눈치 보는 아이를 더 챙겨줬던 게 티가 났는지 남편은 "왜 쟤한테는 안 줘?"라고 물었다. 저렇게까지 하면서 혼자 다 먹으려는 게 미워서. 참, 나도 나다.


TV 퀴즈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그랬다.

1등이 200점이고 2등이 10점이라 남은 문제를 2등이 다 맞혀도 절대 1등을 이길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점수가 곧 상금이니 욕심도 나겠지만 꼭 저렇게까지 혼자 다 맞혀야 직성이 풀리나, 2등의 면이 조금 설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싶어서, 잘못한 건 아닌데 곱게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는 눈도 독기에 찬 것처럼 볼도 덕지덕지 욕심이 붙은 것처럼 보였다. 저들에겐 1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금이 중요한 건가? 엄청난 점수 차이로 1등을 하는 게 목표였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이런 이유로 자꾸 미워해서 퀴즈 프로그램을 안 보게 됐다.  




팀원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팀장이 숟가락만 놓고 자기가 다 차린 것처럼 으스대는 일이 사실 되게, 많다. 모든 공도 팀장에게 돌아갔다. 그거까지는 그래,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 팀장이 팀원의 잘못은 덮어주지 않는다? 이게 문제다. 아니 꼬아도 저런 팀장은 되지 말아야지.


그게 네 살 아이라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다 내 거라고 욕심부릴 수 있다. 뺏고 뺏기는 과정에서 양보를 구하는 건 내 아이한테, 먼저 해야 할 거 같은데. 어떤 엄마들은 상대방 아이에게 먼저 부탁을 한다. 친구한테 양보해주지 않을래? 그때부터 미운 건 아이의 부모가 된다.


한 번은 친구들과 햄버거를 먹으러 갔는데 한 친구가 햄버거를 뜯기도 전에 감자튀김 먼저 빠른 속도로 해치우는 걸 끝내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했다. 하나씩, 천천히 먹어, 좀!


1등도, 독식도, 욕심도 잘못은 아니다. 경쟁 사회니까,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겨야 하니까. 살아남아야 하니까. 사람이니까. 문제는 항상 정도에 있었다. 정도가 지나치면, 주위를 살피지 않으면 미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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