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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해 Aug 19. 2021

갤럭시가 싫다

그럼에도 사전 예약한 1人


나의 첫 스마트폰은 아이폰 3gs였다. 다른 핸드폰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예쁨이 극에 달했다. 아이폰은 역시 화이트! 빛이 났다. 당시에는 벨소리 한 번 바꾸려면 mp3를 정식으로 다운로드하여 아이튠즈에서 구간을 설정해 m4r로 확장자를 고친 다음 다시 아이튠즈 벨소리 목록에 옮겨야 했다. 미드나 영화 한 편 핸드폰에 넣으려면 변환에 변환을 거쳐야 했다. 아, 그 수고로움이란...! 그래도 그때는 할 만했다. 수시로 넣고 빼고 바꿀 열정이 있었다.


그러다 남자 친구와 핸드폰을 커플로 맞추며 3 넘어갔다. 벨소리도 쉽게 바꿀  있고 음악 파일도, 좋아하는 가수의 동영상도 앱에서 바로 저장할  있다는 말에 홀라당 넘어갔다. 그런데...! 3gs 썼을   느꼈던 버벅거림이 속을 자주 긁어놨다.  년을 써도 끄떡없던 아이폰과 비교가 됐다. 게다가 기본으로 깔려있는 앱들이 죄다 눈엣가시였다. 삭제라도 되든지.  앱들만 모아놔도 폴더  개가 꽉꽉 찼다. 장점보다 단점들이  크게 와닿았다. 3 함께한 2년은 생각보다 길었다. 중고로 팔고 아이폰으로 다시  생각은  못했을까?




지금은 아이폰 11pro와 함께하고 있다. 아이폰 CF 광고 음악으로 Sam smith의 Palace란 노래가 나오면서부터 벨소리는 Palace로 고정되었다. 동영상도 음악도 youtube로 해결한다. 며칠 전, 아이폰을 쓴 이후 처음으로 아이클라우드에 들어가 사진들을 모두 zip으로 저장했다. 정녕 이 방법밖에는 없단 말씀이십니까아~

스마트폰에 쏟을 열정이 1도 남아있지 않음을, 귀차니즘에 도달했음을 깨달았다.


사실 다음 아이폰을 기다리기는 했다. 3gs처럼 11pro처럼 유선형의 매끈한 디자인이었다면 13을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아이폰 내에서도 취향이 갈렸다. 이전 버전의 갤럭시 폴드나 플립 유저들도 쓰다 보면 접히는 부분은 하나도 거슬리지 않는다고 하는 것처럼 아이폰 유저도 노치가 거슬리지 않는다. 노치도 카툭튀도 인덕션도 아무 문제없다. 못난 모서리! 어쨌거나 통조림은 아니다. 거를 수 있다면 거르고 싶은 디자인이었다. 그래서 다시 갈아탔다.




갤Z 플립3 사전 예약을 끝냈다. 접히는 세상이 왔는데 한 번쯤은 써봐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고? 그런데 갤이잖아... ㅠ.ㅠ 순서가 뒤바뀌긴 했지만 사전예약을 끝낸 후부터 고민을 했다. 처음에는 새롭겠지만 쓰다 보면 또 불편한 게 하나둘 나와 속을 뒤집지는 않을까. 갤3의 악몽이 떠올랐다. 갤3와 비교할 게 아니라고, 지금이 바꾸기 딱 좋은 시기라는 갤Z 폴드3를 사전 예약한 남편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그래서 아이폰 유저들만 모인 게시판에 들어가 기웃거렸다. 사과농장을 차린 사람들이 가득한 그곳에도 사전 예약을 마친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들 역시도 고민하고 있었다. 과연 갈아타는 게 맞는 걸까? 그들은 다시 돌아올 것을 예고했다. 스치는 바람임을 확신했다. 갤Z 플립3는 한 번쯤은 써보고 싶은, 딱 그 선을 밟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만으로 큰 위안이 되었다.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는,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까먹은 남편은 사실 이거 때문에 갤럭시를 쓴다고 했다. 업무 상 어쩔 수 없이 써야 하기도 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정말 좋다며,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자랑을 했었다. 그때마다 그래, 그거 하나는 정말 좋은 것 같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그게 바꾸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물~론! 이번에는 디자인이 잘 나오기도 했지만! 아,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 시국이니 지문 인식 또한 중요했다. 아이폰은 이제 잠금을 풀고 다닌다.


사전 예약을 마친 후부터 관련 기사를, 리뷰를 굳이(?) 찾아 읽고 있다. 디자인 외의 장점을 알려줘, 제발! 카메라 화질이 떨어진다, 충전 속도가 느리다,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 이물질이 들어간 채로 플립을 닫으면 그대로 자국이 남는다, 나중에는 열고 닫는 것도 귀찮다 등등의 단점들만 눈에 들어왔다. 이런 몹쓸, 팔랑귀...


개통까지 일주일. 기다리지도 기대하지도 않기로. 그냥저냥. 처음 몇 달(?)은 새로움과 디자인으로, 이후로는 삼성페이와 NFC로 만족하고 살면... 2년 금방이겠지? 의외로 좋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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