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호 Apr 28. 2022

상가 공실이 없어진 이유

한 달에 한 번 머리를 깎는다. 보통 월급을 받고 1주일 이내에 미용실에 간다. 두세 해 전 아파트 단지 근처 상가 1층에 생긴 남성 전용 미용실이다.


지난달 퇴근하고 미용실에 들렀다. 평소보다 손님들이 많았다. 헤어 디자이너  분이 미용의자  개를 두고 운영하는데, 대기 손님만 대여섯 명이나 있었다.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같았다. 적어도 2시간은 기다려야  차례가   같았다.  아저씨들도 나처럼 오늘 월급을 받았을까.


그 주에 삼고초려한 끝에 주말에야 미용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 10시 반쯤이었는데 손님이 없었다. 미용사 분이 미용 가운을 둘러주는데 내가 말했다. 사장님 금방 부자 되시겠어요. 사장님이 빙긋 웃더니 물었다. 왜요? 제가 이번 주에 두 번이나 허탕 쳤거든요. 올 때마다 손님이 많더라고요. 나는 코로나 유행이 끝나가니까 손님이 늘어난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지레짐작한 것이다.


그랬더니 사장님은 요즈음 상가 공실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보통 아파트 단지 주변 상가 1층은 공실이 없는데, 그간 코로나19 탓에 이 빠진 것처럼 드문드문 비어 있었단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 찼다는 것이다. 덩달아 월세를 올리는 임대인도 있다고 부연했다. 다행스럽게도 사장님 미용실 임대료는 그대로였지만.


미용실을 나와 걸었다. 오랜만에 산책할 참이었다. 상가 건물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았다. 청과점이 눈에 들어왔다. 산뜻한 오렌지색 간판을 달고 제철과일과 채소 따위를 팔고 있었다. 언제 문을 열었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한동안 임대라고 적힌 A4용지가 통창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차로 출퇴근하고 집에 오면 밖에 나가지 않은 탓에 늦게 발견했을 것이다.


청과물 사장님이 가게 밖에도 사과를 봉지째 담아 진열하고 있었다. 새로 가게를 연 사장님 특유의 활기가 묻어났다. 대박 나시라고 속으로 기도했다. 토요일 아침 청신한 공기를 가슴속 깊이 들이마셨다. 제법 봄기운이 공기에 서려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 쓰려고 했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