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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호 May 01. 2022

넷플릭스와 까치밥

#주식 #인생 #함께

넷플릭스 주가 폭락. 얼마 전 미국 증시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이 포털 사이트를 도배했다. 충격적이라는 진부한 수식어가 전혀 진부하지 않을 만큼 낙폭이 컸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룻밤 만에 35%나 떨어졌다. 주식판에서 인이 박인 분들에게는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린이에게는 경천동지 할 사건이었다. 이와 동시에 뉴스는 지난해 8월 말 나의 소심했던 결정을 강제 소환했다.


나는 천성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인생의 9할 이상을 주식이나 부동산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았다. 바이러스의 창궐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본격화되자 주식과의 거리를 좁힌 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코스피에도 무지하면서 나스닥과 다우존스 종목에 직접 투자할 용기가 어디서 솟아났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8월 말, 나는 테슬라, 엔비디아, 보잉 주식 약간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부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주가가 떨어진 종목을 줍듯이 매수한 것이다. 증권사 앱을 설치하는 일조차 난관이었던 나에게 최선의 투자 전략이었다. 그 전략은 성공하는 듯했다. 봉사가 어쩌다 한번 문고리를 잡듯이.


문제는 매도 타이밍이었다. 유튜브에서 만난 주식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타이밍이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치 투자를 하는 분들의 말이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최적의 타이밍을 맞히고 싶은 게 주린이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그즈음 뉴스만 틀면 나온 단어가 테이퍼링이었다. 한마디로 수도꼭지를 잠그듯 풀어놨던 돈줄을 줄인다는 뜻이다. 시장에서 돈이 줄어들면 돈의 가치가 오르고, 이자가 오르면 주식 시장의 인기도 한풀 꺾이는 게 순리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는 그게 이치였다. 테이퍼링은 매도 타이밍으로 읽힌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파월 의장이, 이보게 젊은이 아니, 아저씨 얼마 되지 않은 돈 잃지 않으려면 이쯤에서 판에서 빠지시게,라고 타이르는 거 같았다. 하지만 단박에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주변에서는 아직 잔치가 끝나지 않았다거나, 심지어 이제 흥이 나려고 한다는 말도 있었기에. 실제로 그즈음 미국 주식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한 이도 있었다. 돈이 돈을 벌어주길 기대하면서. 결국에 차일피일 미루다 잭슨홀 미팅 나흘 전에 나는 보잉을 빼고 미국 주식 전량을 팔아치웠다.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르는 게 주식이라는 말은 길이남을 명언이다. 매도한 후, 마의 700불 벽을 넘지 못했던 테슬라가 천슬라 고지를 밟았다. 200불 초반이었던 엔비디아는 300불을 돌파했다. 나도 모르게 주먹으로 허공을 내리쳤다. 잔치 집에서 서둘러 나온 자신을 자책했다. 엄마한테 더 벌 수 있었는데 아깝다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니 뒤에 산 사람들도 먹을 게 있어야지, 너만 먹으면 어떡하냐고.


어릴  친가인 청양에 가면 선산 기슭에 감나무가 있었다. 버자는 장대로  소쿠리 그득히 감을 따고,  개를 남겨뒀다. 의아해하는 내게 아버지는 까치 같은 날짐승들이 먹을  남겨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우익 작가는 이렇게 썼다. 혼자만  살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 주는 , 그게 재미난  아니껴. 세상에 돈이 넘쳐흐를 때에는  혼자만  살면 된다는 구호가 판을 친다. 지구에서 혼자만 사는  아닌데도 말이다. 자주 자명한 사실을 잊은  산다. 너도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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