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산 책을 얼마 전에야 다 읽었습니다. 지난 3월에 출간되자마자 샀으니까 반년이 지나서야 다 읽은 셈입니다. 아마존에서 12년간 근무한 한국인 개발자 분이 쓴 이야기인데, 애초에는 아마존의 평가·보상제도를 공부할 요량으로 구입했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아마존의 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마존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 조직문화에 공감했기 때문이지요.
퍽 마음에 든 책을 발견하고 나면 비슷한 책을 찾아보곤 합니다. 미술관에서 본 그림이 좋아서 화가의 다른 작품이나 비슷한 화풍의 작품을 찾아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퍽퍽한 일상에서 한 동안 나를 즐겁게 해 줄 놀잇감을 발견한 기분이 들지요.
아마존 다음은 네이버와 배달의민족이었습니다. 아마존과 공통분모를 가진 IT기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지요.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를 읽었습니다. 국내 검색·포털 대장인 네이버가 걸어온 길과 미래 사업을 통해 네이버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본 책입니다. 또 밑줄 긋고 별표 치면서 시험공부하듯이 읽었던 <배민다움: 배달의민족 브랜딩 이야기>도 책장에서 다시 꺼내봤습니다.
사실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를 읽기 전엔 네이버 유저였지만 열성 유저까진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팬은 아니었죠. 흥미로운 건 네이버 역사와 서비스 탄생 비화를 알고 나니 네이버에 애정이 생긴 겁니다. 돌이켜보면 배달의민족도 그랬습니다. 아직까지 배달의민족 앱조차 깔지 않았지만, 배달의민족 일이라면 일단 응원하고 봅니다. (배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팔로우하고 있습니다. 좋아요도 빠짐없이 누릅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겁니다.
보통 기업 홍보는 신규사업이나 성과를 알리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가끔씩 미담 기사가 실리는 일을 제외하곤 딱히 여타 아이템은 없는 편입니다. 홍보팀 사람들은 이러한 아이템을 담은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신문에 실리게 하기 위해 정성을 다합니다. 그렇다면, 이들 기사를 읽고 그 기업의 팬이 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겁니다.
홍보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해관계자를 팬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의 아이템들이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을까요. 오늘도 '수정3', '최종', '진짜 최종'이라고 파일명을 바꾸며 보도자료를 작성하느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던 분들에겐 어쩌면 허무한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의 아이템이 홍보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량적인 KPI는 달성했겠지만요.)
세 권의 책에서 배운 건 사람들이 기업의 사업이나 성과 그 자체보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나 철학에 매료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치와 철학이 스며든 서비스와 제도, 이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에 공감하고 반하는 셈이지요. 이 같은 일은 아이돌의 팬이 되는 과정과도 닮았습니다. 한류를 넘어 세계적인 아티스트 반열에 오른 방탄소년단이 여타 아이돌과 달랐던 건 그들만의 세계관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