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선택을 위해 알아야 할 “나”는 따로 있다 1

(7) 나 다운 것도 이제 지긋지긋하다.

by 이은지


나는 한 때,

나다움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아주 지긋지긋했다.



나라는 인간은 알아도 알아도 끝이 없었고,


도대체 그래서 무슨 직업이 나에게 맞는다는 건지,

이거 해서 어떻게 찾으라는 건지


막막하기만 했다.



나는 분명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런 발버둥으로 겨우 숨이나 쉬고 있지,

그 어느 방향으로도 가지 못하고 있었고


헛발질이나 해대며,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끝나는 게 아닌가 싶어

그냥 그대로 가라앉고 싶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직업 선택을 위해 알아야 할 “나”는 따로 있었다.)





나에 대해 알 수록, 망망대해 같아.



좋아하는 일이 되었건, 하고 싶은 일이 되었건

하여간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고야 말겠다는 내 다짐은

사실 살고 싶다는 발버둥에 가까웠다.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은데

죽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꼭 알아내야만 했다.



7급 공무원을 그만두고,

제과기능사와 제빵기능사

그리고 바리스타 2급을 취득했다.


카페 창업을 염두에 두며

직영점, 가맹점, 그리고 개인이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

3가지 유형의 카페에서 일했고,


주말이면 새벽 첫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유명 제과학원에서 케이크와 디저트를 배웠다.


어처구니없지만

서울 가기 싫다고 울면서 혼자 버티다가

결국 버스를 놓칠까 택시를 타느라

괜히 돈을 더 써버린 날도 더러 있었다.


그렇게 1년 반을 보내면서

창업, 사업에 관한 책도 읽고,

일을 하면서 카페 사장님들에게도 끊임없이

그들의 선택과 삶에 대해 질문했다.


[카페 사장님] 또한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을 때쯤,

다 때려치우고

그냥 적당히 타협하고 살고 싶었지만


얄궂게도 나와의 타협에 실패했다.



그럼 또 찾으러 나서야지 어쩌겠나...


생계를 저버릴 순 없으니

다시 이런저런 사무직들을 전전하며

재정비를 시작했고,

직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파헤쳤던 것도 이쯤부터였다.




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이런저런 질문을 해보라는 워크북

수도 없이 사서 매일같이 읽고 또 썼다.


진로 컨설팅, 이런저런 상담 결과

"분석하는 일"이 잘 맞는다길래

직무 전환을 좀 해볼까 싶어 파이썬을 배우다가 한계에 부딪히고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부술 듯이 접으며

눈물을 훔친 날도 여럿 있었다.


너의 흥미와 강점, 장점은 이것이며

당신은 이런 유형이고,

당신의 그런 특성을 이렇게 활용해 볼 수 있다

검사 해석 상담도 여러 차례 받아 봤지만


역시나 그 상담 결과로도

그래서,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는 오리무중이었고,


어쩌면 상담사의 자질이 부족해

명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해당 검사와 관련된 절판된 책을 구해

교과서처럼 분석하고, 공부해보기도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명료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어

동양 철학서양 철학 책들을 읽어댔고,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왜 이 모양으로 생겼는지,

왜 타협을 못하는지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날들에는

심리학뇌과학,

경영학자기 계발서에 파묻혀 살았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이런저런 시도들을 거듭할수록

내가 어떤 인간인지,

어떤 기조를 가지고 삶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은 늘어났지만,


그래서 정작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2편에 계속)

목요일 연재
이전 06화이랬다가 저랬다가 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