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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 Oct 14. 2021

제주일기 여덟번째 이야기

월정리, 사랑니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바람은 쌀쌀하다. 밤바다가 보고싶다.





그들은 편지를 남겨놓고 갔다



어제는 혼자 잠에 들었다. 침대는 네 개인데 사람은 혼자. 세명, 네 명일 때는 딱 맞던 방이 갑자기 너무 넓어보인다. 소낭 가족 사진을 찍고 그들은 육지로 올라갔다. 제주에서의 시간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변덕이 심하다.




애들아,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제주에 온지 18일째. 믿겨지니? 내가 이 곳 에 온지 18일째라니. 남은 시간들이 모두 소중한 시간들. 소낭에 나의 흔적을 곳곳에 두고 올 작정이다.






애옹아 어디를 보니!



아침 9시반에 일어나서 그날의 차트를 확인한다. 반장님께 차트를 보내드리고, 어젯밤부터 온 문자 내역들을 확인하기. 청소할 방 적어놓기, 그날 점심 먹는 인원 수 보내드리기. 네이버 예약 확인하기. 그다음은 청소기로 로비 청소하기. 애옹이의 물그릇과 밥그릇 씻구 밥주기. 오전 근무는 이렇게 끝.







                         3시부터 다시 오후 근무 시작. 소낭의 체크인은 4시부터 10시까지. 







요즘 미션은 편의점에 있는 과자 모두 해치우기. 

열심히 미션 수행 중이다. 작년 1년 동안 먹은 과자보다 여기 와서 2주 동안 먹은 과자의 수가 더 많다. 과장 같다고?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줄 엽서를 샀다. 그러던 중 a가 떠올랐다

a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a가 쓰는 언어들은 너무나도 맑고 연한 색을 지녔다. 그녀와 녹번에서 불광까지 불광에서 역촌까지 혹은 응암까지 걸었던 날이 있다. 분명 한 바퀴만 돌기로 했는데 걷고 또 걷다 보니 밤이 되었지. 실은 그날은 내 생일 전날. a는 꽃을 줬다. 태어나서 그렇게 꽃을 많이 받은 적은 처음이야. 그날의 기억들을 잊지 않기 위해 차곡차곡 꽃들을 말려놓기. 


꽃 선물을 많이 하곤 했다. 평범할 것만 같만 너의 하루에 꽃을 선물하고 싶어. 그날은 지민에게 꽃을 받은 날, 그 문장으로 인해 너의 하루가 특별해지길. 나는 그렇게 너희들에게 꽃을 선물한다. 리시안셔스, 목화, 해바라기, 메리골드, 주황장미, 분홍장미


그리고 내일 너에게 줄 꽃.





성산에서 찍은 사진 아니면, d가 보내준 사진일 텐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가을 옷을 좀 챙겨올걸. 제주의 9월은 여름이 계속될 줄 알았다. 이번 태풍이 지나가면 다시 좀 더워질까.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비가 오는 날마다 수많은 너를 만들어내곤 했다. 이번 태풍에 만들어진 너는 얼마나 내 곁에 머물다 사라질까. 그것 역시 아무도 알 수 없지.






소낭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울고 싶을 땐 비가 오는 날 울어야지. 그럼 아무도 내가 우는지 모를 거 아니야. 그렇지만, 비가 오는 날의 나는 우산을 쓰고 울었고. 뭐, 그랬다고. 나는 눈물샘을 하나 더 가진 사람. 난 남들보다 많이 울 수 있지. 오른쪽 눈 끝에 세번째 눈물샘이 존재하고.







스텝들이 머무는 여자 방



                                      서울에 가면 d와 함께 봉숭아 물을 들어야지.






아 맞다, 우선 서울에 가자마자 레인보우 샤베트를 먹어야 한다 체리 쥬빌레도 가득 담아서 먹을테다. 쥬시에서 수박쥬스를 들고 녹번 동산도 돌아야 한다. 그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d와 오늘 하루 이야기하기. 내 인형들에게 인사하기.







마지막 남은 사랑니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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