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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파파 Oct 18. 2024

끝날 때까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일반 병동으로 오고 알았습니다. 조기진통을 겪는 산모가 많다는 것을요. 5인실, 3명의 산모가 Preterm labor(조기진통) 팻말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일반병동으로 내려온지 1일차였고 나머지 2명의 조기진통 산모들은 조금 고참급(?)으로 보였습니다. 냉장고 문을 자신있게 열고 원하는 음료수를 마음껏 마시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아내와 저는 훈련소에 입소한 신병의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진통도 완전히 잡히진 않아서 진통측정기와 항상 함께해야했죠. 몇 번의 눈물과 한숨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중참급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아내가 이야기했습니다.


버거킹이 먹고 싶어.


아내의 입에서 버거킹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아 이제 끝나가는 구나 생각했습니다. 초조하게 병실에만 갇혀있던 우리에게 '버거킹'이라는 단어는 세상과 우라를 다시 연결하는 단어였습니다. 그래서 병원과 세상을 연결하는 '버거킹'에 접속했고 아내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퇴원을 꿈꾸며 입원 중 가장 행복한 잠자리에 들었죠. 그런데 아내가 저를 깨우며 이야기 합니다.


오빠, 배가 너무 아픈데 간호사 선생님 좀 불러줘.


호출을 받고 온 간호사 선생님은 능숙하게 아내의 배에 장치를 부착하시며 30분 동안 그래프를 잘 보라는 말을 남기시고 바쁜 걸음으로 나가셨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진통 그래프를 뚫어져라 쳐다봤죠. 그래프는 평균 20~30 정도의 수치를 보였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진통 최고치인 100의 수치를 간헐적으로 찍고 내려왔고 그 때 마다 아내는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을 다시 호출했지만 지속되지 않는 100이란 수치는 설득력이 약했습니다. 그래서 더 기다리란 이야기를 나누던 그 때 아내가 이야기 합니다.


저, 뭔가 나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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