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주 5일차 870g, 둘째가 태어나서 처음 받은 성적표입니다. 평온했던 일상은 이내 초조한 나날의 연속이 되었고 그저 그렇게 넘겨보냈던 일상들은 자책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조심할 걸,
이걸 먹지 말라고 할 걸..
둘째가 태어나던 날 점심에 사다 준 버거킹 버거 때문이었을까, 그런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저는 아직까지 그 맛있는 버거를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처음 통증이 있다고 이야기 했던 건 둘째가 태어난 주 금요일이었습니다. 만삭아 기준인 40주 아니 정상분만 주수기준인 36주까지는 3달 이상 남았기에 통증이 출산의 통증일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 날 바로 방문했던 산부인과에서는 '절대안정 2주'의 진단을 받고 검색을 통해 알게된 자궁 조기 수축을 알기 전까지는요.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달려왔을 땐 아내는 배개를 무릎에 끼고 누워있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때까진 멀정했던 아내가 흡사 출산을 앞둔 산모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현직 간호사인 어머니께 영상통화를 해달라고 부탁한 것은 저와 아내 모두 괜찮을 것이라는 위안을 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통의 주기와 세기를 들어본 어머니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고 점차 실감했습니다.
아이가 나올 수도 있는 거구나
그 날 저녁 진단을 받았던 산부인과에 전화를 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은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하셨고 아내는 분만실 바로 옆 산모전용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입원 후에 진통세기측정 기기를 부착했을 때 저와 아내는 더 초조해졌습니다. 진통강도가 100이었기 때문입니다. 0에서 100까지 중에 최고 강도였죠. 밤새 진통을 잡기 위한 길고 지리한 시간이 이어졌고 진통강도는 20~30대로 안정되었습니다. 다음날 산모들이 모여있는 일반실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잠깐의 휴식을 갖게 됩니다.